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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전자는 '상생' 우수협력사들은 '갑질'...영세업체들은 ‘뒷전'서 비명횡사

삼진전자, TV 리모컨 위탁제조 하청업체인 나누리와 ‘갑질논란’ 법적공방
나누리측 “부품 늘리니 시설확충해라”...빚내서 시설 확충하자 ‘전면취소’
원청사 믿고 대출받았는데...삼진전자 “삼성이 해외서 제품생산” 모르쇠
나누리 “물량 줄고 대출부담” 결국에 폐업...공정위에 “불공정행위' 제소
삼성전자 1차밴더기업 대덕전자도 하청업체 맥스벨과 갑질로 ‘법적다툼’
양측간 법적 공방 길어지자 대덕전자 일부 금전적 손실 보상하고 ‘일단락’
법조계, 삼성전자 ‘상생’, 1차밴더 ‘갑질’...우수협력사들 갑질에 '비명횡사'

 

【청년일보】삼성전자의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된 기업들의 '도 넘은' 갑질행태가 도를 넘어서면서 적잖은 빈축을 사고 있다.

 

물품 생산을 지시한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태는 비일비재한 일이고, 물량 확대를 이유로 설비 투자를 요구한 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결국 경영위기를 야기, 일부 기업체들은 폐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이념의 주요 키워드로 협력사들과의 ‘상생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정작 삼성전자로부터 하청업무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1차 밴더업체들은 뒷전에서 2~3차 밴더업체들을 상대로 한 갑질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 및 법조계 등에서는 대기업들의 갑질행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시민단체 등 여론의 적극적 감시로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으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들의 만연된 갑질 행태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업계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2012년 9월 설립돼 인천에 기반을 두고 삼성전자 스마트 TV의 리모컨을 제조해온 영세업체 나누리(주)는 원청업체인 삼진전자의 극심한 갑질로 결국 폐업했다.

 

삼진전자는 지난 1976년 설립, 삼성전자의 1차 밴더업체로서 40년 넘게 삼성전자의 일부 전자부품 소재를 독점, 운영해 온 곳이다. 특히 삼성전자로부터 우수협력사로 선정된 업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영세업체를 상대로 한 극심한 갑질행태로 소송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진전자와 나누리 양사는 지난 2012년말 께 삼성전자의 스마트 TV의 리모컨 제조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로부터 리모컨 제조 업무를 발주 받는 삼진전자가 금형을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2차 밴더기업인 나누리가 제품을 양산해 납품하도록 했다.

 

양사간 계약은 1년을 1싸이클로 해 진행, 계약 체결 시점인 10월부터 12월 약 3개월간은 부품개발 업무를, 그 이후인 7~8월까지 약 6개월 가량은 부품양산 업무를 각각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누리는 위탁제조계약을 체결한 후  2년 지난 2014년께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나누리 관계자는 “삼진전자는 2012년~2013년 2년 동안은 본사를 포함해 2곳과 제조위탁계약을 체결, 일부 부품에 대해서는 본사가, 나머지 부품은 타 하청업체가 맡아 제조 위탁해 왔다”면서 “그러나 타 하청업체에서 생산된 부품에서 하자가 발생하는 등 각종 문제점이 생기면서 2014년 타 하청업체에서 제조하던 부품을 포함 모든 부품의 개발 및 양산업무를 통합,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물량이 확대된 만큼 이에 대비해 공장 및 생산시설을 확충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나누리측은 삼진전자의 지시에 따라 토지매입 등 약 67억원을 들여 공장을 신축하는 한편 생산시절 확충을 위해 17억원을 들려 사출성형기 등을 매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시설확충 지시에 빚내서 이행했더니”...부품생산 확대 “없었던 일로” 결국 부도

 

삼진전자의 생산시설 확충 지시에 나누리측은 공장 및 생산기술 확충 계획을 수립한 후 삼진전자로부터 부품양산 계획 및 일정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삼진전자는 불과 3일만에 입장을 번복, 부품 양산을 전면 중단, 취소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삼성전자가 리모컨 부품양산을 국내가 아닌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진행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삼진전자의 지시를 받아 무려 8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 모아 생산시설 확충했음에도 부품양산 계획을 전면 취소하면서 나누리측은 경영위기에 봉착했지만, 삼진전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결국 폐업하게 됐다.

 

나누리측 관계자는 “삼진전자의 지시에 따라 2014년 리모컨 부품개발 및 양산업무를 통합, 진행될 것에 대비해 은행대출 등 자금을 빌려 공장 및 생산시설을 확충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당초 지시와 달리 일방적으로 부품양산 계획을 전면 취소함으로써 매출이 급감했고, 은행 대출 등 자금압박을 버티지 못해 결국 그해 말 부도를 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떻게든 회사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그해말 회생을 신청했으나, 그마저도 어렵게 돼 공장 및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비용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면서 “삼진전자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도의적 및 금전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삼진전자의 지시를 믿고 은행 대출 등 무리한 자금 투입 등 생산시설을 확충한 나누리측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만을 보고 폐업 처리됐다.

 

◆삼진전자, 각종 하도급법 위반 등 갑질논란...나누리, 공정위 제소 및 민사 소송 ‘법적다툼’

 

이에 대해 나누리측은 공정위원회에 부당거래 행위로 제소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진전자의 행태를 살펴보면 상도의를 져버린 무책임한 처사이자, 영세업체에 대한 전형적인 갑질 행위”라며 “하도급법 위반 등 상당한 위법행위가 자행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하도급법 제8조(부당한 위탁취소 등)에 따르면 수급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하도급법 상 규정한 부당한 위탁취소라 함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한 후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임의로 제조 등의 위탁을 취소하거나 위탁할 때 정한 발주량 또는 사양 등 위탁한 내용을 변경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쟁점은 원사업자인 삼진전자가 수급사업자인 나누리측의 책임으로 돌릴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 취소, 변경한 것인지 여부가 될 것”이라며 “나누리측의 사례는 부품생산 취소 과정에서 양측간 협의도 없었고, 삼진전자에게 일방적으로 진행한 후 발생된 문제임에도 계약 취소로 인한 정당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는 등 갑질을 통한 부당한 행위라 볼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경영위기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결국 폐업한 나누리측은 토지매입 및 공장신축에 따른 투자비용 및 회수 비용을 감안할 때 총 손실비용은 2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삼진전자의 사례는 하도급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계약 추가 및 변경시 서면 미교부에 해당하는 등 법률 위반 사례가 더 있다”면서 “삼진전자는 2012년부터 나누리측과 지속적인 거래에도 불구 단 한차례도 물품공급계약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해 준 사실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갑의 지위를 악용한 영세업체인 을에 대한 전형적인 갑질행태”라며 “법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상생경영"외치는데...우수협력사들은 ‘뒷전'서 영세업체들에 '갑질’ 여전

 

삼성전자의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되는 등 수십년간 삼성전자로부터 하청을 받아온 중견기업들의 영세업체들에 대한 갑질 행태는 대기업들과 달리 여론 등 감독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삼성전자의 1차 밴더회사인 대덕전자가 2차 밴더회사인 맥스벨에 각종 갑질을 일삼으며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인 바 있다.

 

대덕전자는 PCB패널을 제조하는 업체로, 삼성전자의 1차 밴더회사이자 수년간 우수협력사의 지위를 누려온 곳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장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사세를 꾸준히 확장시켜 해외에 공장 및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맥스벨은 삼성전자의 2차밴더 회사로, 1차밴더회사인 대덕전자가 생산한 PCB 패널에 대한 AOI(자동광학검사) 공정작업을 유일하게 10년 넘게 위탁받아 운영해온 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두 회사간 법적 갈등이 불거진 것은 대덕전자측이 불량품 유출 등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고 그 책임을 ‘을’의 입장인 맥스벨에 전가하는 한편 양사간 체결한 계약마저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본격화 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맥스벨은 대덕전자의 각종 갑질행태와 거짓으로 인해 동종업계내에서 불량품 유출이 빈번한 회사로 낙인, 신뢰가 하락하는 한편 이 같은 소문을 이유로 발주처인 삼성전자로부터 주 수행업무였던 PCB AOI공정업무를 대덕전자에 빼앗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멕스벨도 대덕전자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제소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양측간 첨예한 갈등 속 대덕전자는 맥스벨에 일정 부분 금전적 보상을 하는 선에서 법적 공방을 일단락했다.

 

공정거래법 전문의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진전자나 대덕전자 등은 모두 삼성전자의 1차 밴더이자,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된 기업들”이라며 “외형적으로 보면 온전한 중견기업들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도급법 위반 등 갑질 행태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기업들이 상당한데 대부분 애매모호한 중견기업들이 소송을 당하는 편”이라며 “대기업의 경우 시민단체 등 여론의 견제와 감시로 주목받는 만큼 갑질 행위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나, 대기업 등에 하청을 받는 소위 1차밴더인 어정쩡한 중견기업들이 여론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영세한 업체들을 상대로 한 도넘는 불공정 행태가 적지않다”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김양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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