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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절규'하는 은행경비원...'외면'하는 은행권 노조

 

【 청년일보 】 고객이 은행 지점에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인사를 하며 맞이해주고, 어떤 업무를 보러 온 것인지 등 고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업무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고객들은 이들을 '은행 경비원' 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신분에 대해 정확히 아는 고객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은행 직원으로 생각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단도직입적으로, 이들 은행경비원들은 은행 소속의 직원이 아니다. 이들의 신분은 은행과 용역업체간 경비업무를 위탁 계약, 각 영업점에 파견돼 치안을 담당하는 용역직원들이다.

 

즉, 은행경비원은 ‘경비’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업점 내 치안 유지’가 주 업무다. 그럼에도 불구 대부분의 은행 영업점에서 그들은 온전히 '경비' 업무만을 한다고 볼 수 없다. 

 

간단한 고객 응대는 물론이거니와 동전교환 업무와 현금인출기 관리 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더 나아가 업무 시간 중 커피 심부름에 지점장 등 은행 간부 차량의 주차를 대신해 준다.

 

심지어 경비원들에게 신용카드 발급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인격 모독적인 발언까지 일삼는 일부 직원들에 의한 '갑질' 행위 등 이러저러한 많은 일로 '내상'도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처럼 은행 근무 시간 내 이들 경비원들에게 이뤄지는 일들이 현행 경비업법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혹자는 ‘가족 같고, 동생 같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하고, 일부는 당연시 생각한다. 특히 지점장들의 경우에는 경비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이들 경비원들에게 불합리한 지시 또는 요구를 해도 거부할 수 없다.

 

은행 내에서 이들 경비원들의 지위는 '을'도 아닌 '병' 또는 '정'에 가까운 셈이다. 은행경비원들의 현주소다.

 

이 같은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수 년 전부터 언론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의 처우는 좀 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왜 일까.

 

각종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은행들은 '땜질 처방'에 급급해왔고, 은행 직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은행들은 갑질 논란 등 은행경비원과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각 영업점에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 이외 업무를 시키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는게 전부다. 그러나 영업현장에서는 시간이 흘러 이슈가 잠잠해지면 공문을 통한 지침은 '망각의 강'에 흘려 보낸다. 

 

자타가 공인하는 고액 연봉임에도 정작 자신들은 '을'이라며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은행직원들은 정작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면서도 저임금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은행경비원들의 처우에는 매우 인색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나,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된 은행 직원들이 자신들과 신분이 다른 또 다른 집단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데 대해 당연한 일로 치부해야 하는 것일까. 은행권 노조가 은행경비원들의 문제점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을 보면 답은 나와 있다.

 

최근 정의당 내 기구인 ‘비상구(비정규노동상담창구)’는 은행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모임인 ‘은행경비연대’와 함께 은행경비원의 노동인권침해 실태를 폭로했다. 은행권 내 노동문제를 은행 내부(노조)가 아닌 외부(정치권)에서 지적한 셈이다.

 

은행권 노조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묻고 싶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알고 있을까. 노조는 정규직원들 뿐만 아니라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비정규직 직원들까지 모든 직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건 아닐까. 

 

과거에 비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노동자들의 권익이 상당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범위가 제한되는 등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의 가치는 '연대'에서 나온다는 점을 되새겨 볼 일이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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