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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에 ‘행동경제학’ 접목한 미래에셋생명의 실험...성공 여부는 ‘글쎄’

지난달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하반기 신상품 출시 예정
계약자에 잉여이익 "돌려주자" 취지...美 인슈어테크기업 ‘레모네이드’ 사업모델과 흡사
‘행동경제학적 요소’ 접목해 계약자 행동 교정..인보험 특성상 활성화 여부는 '회의적'

 

【 청년일보 】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미래에셋생명의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이 올 하반기에 보험시장에 본격 출시될 전망이다.

 

이 상품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위험율차 이익’의 대부분을 보험계약자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다시 말해 보험사가 보험사고 발생이 적어 지급되는 보험금의 규모가 적을수록 향후 되돌려주는 환급보험료 규모가 커지는 규모다.

 

일부 보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보험에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접목한 미국의 인슈어테크(InsurTech) 스타트업 ‘레모네이드(Lemonade)’와 흡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주로 주택 관련 손해보험을 취급하는 레모네이드는 이익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해 보험계약자들의 보험사기 등 ‘모럴리스크'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개발한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은 레모네이드와 달리 보험사가 남긴 이익을 자선단체가 아닌 보험계약자들에게 직접 돌려준다는 점이 가입심리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국내 보험업계 내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보험료 자체에 민감한 국내 보험시장에 국내 보험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과 달리 '인(人)보험'이라는 한계로 인해 활성화 가능성은 다소 희박하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위원장 은성수)는 지난달 19일 미래에셋생명(대표 하만덕·변재상)이 개발한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을 생명보험 분야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지정될 경우 금융업법상 인·허가와 영업행위 등의 규제를 최대 4년간 유예해 주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미래에셋생명이 처음으로 지정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이 상품에 대해 “기존 보험과 달리 가입자 집단의 보험금 발생 정도에 따라 만기에 보험료를 정산하는 P2P보험과 유사한 성격을 갖추었다”면서 “고객에게 지급한 전체 보험금 지출이 고객에게 받은 전체 위험보험료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상품에 가입한  계약자들에게 환급해주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명의 가입자가 위험보험료로 1000원을 납입하면 보험사는 총 1만원의 수입을 얻는다. 이 중 고객들에게 보험금으로 7000원만 지급했다면 3000원이 이익으로 남는다. 기존의 경우 남은 이익 3000원을 보험사가 모두 이익으로 편입한 반면 이 상품은 남은 이익 3000원의 90%인 2700원을 보험계약자들에게 되돌려 준다.

 

현행 규정은 무배당 보험손익의 100%를 주주 지분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생명은 이를 수정해 ‘위험율차 이익’의 90%를 보험계약자들에게 이전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요청, 소비자 권익 강화란 취지에 부합돼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받아들여졌다.

 

보험업계 내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의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이 보험계약자들에게 남은 이익의 일부를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지난 2016년 설립된 미국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레모네이드’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로 주택과 관련된 일반 손해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레모네이드는 보험계약자들에게 받은 보험료의 25%를 수수료로 거둬들이고, 남은 75%를 예상 지급보험금(예정 손해율) 및 재보험 비용(출재수수료) 등으로 관리한다. 다만 이를 제외하고도 남는 이익을 보험계약자들이 지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레모네이드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기부금 규모는 2017년 5만 3000달러에서 2018년 16만달러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무려 63만달러까지 급증했다. 즉 보험회사가 성장할수록 판매 수수료 증가는 물론 기부금 규모까지 증가하면서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간 윈윈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레모네이드의 이 같은 방식은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볼때 ‘기브백(Giveback)’ 프로그램이 보험계약자의 보험사기 및 보험금 부당청구의 '유인동기'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즉 보험계약자의 부정행위가 궁극적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양심의 가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의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은 레모네이드의 사업모델과 큰 틀에서 흡사한 케이스"라며 "레모네이드처럼 보험계약자의 ‘양심의 가책’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나 가입자의 건강관리 노력이 직접적인 보험료 인하 효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는 행동경제학적 요소가 가미된 케이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료에 민감한 국내 보험계약자들의 성향을 볼때 보험사가 남긴 이익을 보험계약자들에게 직접 돌려주는 모델이 국내 보험시장에서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래에셋생명도 이를 감안해 상품 개발에 나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레모네이드와 비견할 정도의 성공모델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즉, 레모네이드의  경우 손해보험에 초점이 맞춰져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보험료가 저렴한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인(人)보험’이라는 점에서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청구 등 관련 절차가 복잡해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레모네이드의 경우 상품 구조가 간단해 모바일 앱을 통해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청구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반면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온라인 가입 및 보험금 청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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