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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용 불기소 권고'한 검찰...수사심위 도입 취지 자문해야

 

【 청년일보 】 검찰이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조만간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 등 기소 대상과 적용 혐의 등을 대검찰청에 최종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일부 사안은 이미 대검에 보고했고, 막판 조율 및 윤석열 검찰총장 재가만 남겨 놓은 상태다. 1년 8개월간 이어온 수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검찰은 그동안 수집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의 전·현직 간부 등 10여명을 기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혐의 입증을 위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는 입장인 만큼 이 부회장 등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검찰의 모습은 중립성 확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자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인 '수사심의위원회'에 반하는 행동으로, 도리어 신뢰를 떨어트릴 모양새다.

 

수사심의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제도로 지난 2018년에 도입됐다.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심의를 받아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안을 존중해 거스른 적이 없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제도 시행 후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다. 이를 통해 검찰권 남용을 막고 내부 견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심의위의 취지와 역할이 무색하게 이 부회장에 대한 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기세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지난달 수사심의위회 개최를 요구했고, 수사심의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참석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이와 같은 의견을 내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국제 회계 기준 변경'이라는 요인이 있었으며, 주가조작에 대해서도 '정상적 경영 활동'으로 조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1년 8개월에 걸쳐 사무실을  50여 차례 압수 수색을 했고, 110여 명을 430여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이를 통해 삼성의 경영활동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렇게 오랜 기간 강도 높은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심의위에서는 불기소와 수사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미 검찰의 수사가 흔들린 상황에서도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기업의 총수를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 검찰의 역할과 도리일까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을 수 밖에 없다. 

 

검사도 불신하는 검찰이다. 채널A기자 강요 미수 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한동훈 검사장은 지난 13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한 검사장은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유출되고, 수사의 결론을 미리 제시하는 수사팀 관계자의 발언이 이어진다"며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수사심의위 개최를 신청했다.

 

검찰 조직 내 간부인 한 검사장 마저 검찰을 불신하며 외부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에이스로 평가받고 총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 검찰 수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신을 드러냈다. 검찰에게는 뼈아픈 상황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의 권고조차 어기고 기소를 강행한다면 검찰의 진정성과 신뢰성은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1일 열린 시민단체 토론회에 참석한 법조계 전문가의 말을 검찰은 다시금 새겨야 한다. 

 

이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검찰은 이 사건의 경우 자존심을 버리는 편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며 "압도적 다수가 불기소 판단을 했는데도 (검찰이) 스스로 만든 이 제도를 걷어찬다면 자존심이 아니라 아집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본인들이 설치한 심의위원회의 존재론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이 부회장 수사에서 다른 결론이 난다면,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오롯이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청년일보=장한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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