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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응답하라 2040, 낭만닥터 김사부

 

【 청년일보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박민국은 돈도 명예도 생기지 않는데 왜 이런 시골병원이냐며 김사부에게 묻는다. “의사한테 환자 말고 다른 뭐가 더 필요한가?” 김사부의 대답에 박민국은 “미쳤거나 아니면 지독한 거짓말쟁이겠지”라며 김사부의 소명의식에 불신을 던진다.

 

드라마의 박민국 기준에선 시골이라 부를 수도 있는 지역 병원에서 1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의료활동을 지속해온 의사 한 분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의 선친은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소명 하나로 강의를 지속했었다고 한다. 그 유지를 이어 자신의 몸이 아플 경우 링거 투혼으로 진료를 계속해 왔었던 의사의 소명에 공감했기에 드라마 속 환자가 가장 우선이라는 김사부의 대사가 공명으로 다가올 만큼 취재는 값진 경험이었다.

 

정부는 집단휴진이라 부르고 의사들은 집단 파업이라 하는 의료공백을 두고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

 

지난 21일 전국의 전공의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 4대 의료 정책에 반대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여기에 지난 24일부터는 전국의 전임의들도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수도권 지역의 전공의, 전임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데 이어 28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응급실 근무 전공의 10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를 두고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업무개시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방사선협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는 26일 집단 휴진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통해“의사단체가 주도하는 집단 휴진은 자신들의 임무조자 망각한 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주장 관철에만 매몰된 행위”라고 비판하며 "이를 방관하고 계속 진행한다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게 되고 결과적으로 명분과 정당성을 모두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파업 중단과 진료현장 복귀를 주장하며 “의료법이 의료인에게만 의술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독점적 권한을 주는 대신 의료인도 원칙적으로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는 고도의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을 요구받는다”며 대한의사협회의 ‘4대악 의료정책’ 반대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으면서까지 막아야 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가장 답답한 것은 대한민국 의사들을 대표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일지도 모른다.

 

의협은 30일 정부 조치와 관련 "이제 대한민국에서 필수의료과목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 적은 보상과 낮은 처우, 높은 사고와 소송 위협을 견뎌야 한다는 것에 더해 '국가의 통제와 처벌 대상 1순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수많은 의대생과 미래의 의사들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과연 책임감과 소명의식만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야만적 풍경을 몸으로, 마음으로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라며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그야말로 '슬기롭지 못한 의사'가 기꺼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밝혔다.

 

20여 년 전 의약분업이 처음 시행될 때도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1999년 12월 7일 ‘약사법’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2000년 6월부터 3차례 벌어진 의료계 휴폐업에서 전국 2만여 개 병·의원 중 70%이상이 참여, 약사법 개정을 요구했고 이과정에서 전공의 파업에 이은 의대교수들의 파업으로 전국 대학병원의 진료가 마비됐던 상황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제 정부에 이어 지난 28일 국회로부터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정애 위원장은 대전협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관련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여야 합의 없이는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며 향후 의협과 대전협 등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멈춰야 할 때다. 의협이, 대전협이 의사전체를 대표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중국 주 나라 때의 전설적인 의사 편작과 더불어 명의를 상징하는 인물의 대명사인 화타도 환자를 치유한다는 소명의식이 있었다. 의사 모두가 화타일 수는 없지만 모든 의사가 화타일 필요는 없다. 소명 의식을 갖고 환자곁에서 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의사선생님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국으로 치닫던 의료대란의 위기를 대화와 타협으로 현명하게 극복했었다는 이야기를 수많은 의대생과 미래의 의사들에게 전해줄 2040년의 낭만닥터 김사부를 믿는 것은 기자가 너무 낭만적이기 때문일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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