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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크한 나작의 잔소리] ④ 자가격리자의 다큐 9박 10일

【 청년일보】이제야 말할 수 있다! 코로나 밀접 접촉자

 

같이 일하던 PD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서 순식간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어요. 회의를 두 번이나 같이 했거든요. 그것도 마주 보고 혹은 바로 옆에서! 사실 저희 피디는 감기 기운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건소에 갔었는데 당시만 해도 주변에 확진자가 없어 검사를 못 받았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확진자가 되면서 상황이 돌변했죠. 사무실은 순식간에 폐쇄됐고 불안했던 제작진은 보건소에서 연락 오기도 전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참고로 검사 대상자로는 보건소의 전화를 받으면 검사비가 무료지만 그 전에 받으면 17만 원가량의 비용을 본인이 내야 합니다. 검사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같이 일했던 피디가 확진자가 되면서 저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고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자가격리자의 깨달음? 신발. 사람. 스쿼트

 

솔직히 음성 판정받아서 자가격리까진 생각을 못 했어요. “나는 이제 어떻게 되나?” 고민하는 찰나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 근데 왜 9박 10일이냐고요? 사실 뭣 모를 땐 무조건 2주인 줄 알았는데 확진자와 최초 접촉일로부터 2주더라고요! 제일 먼저 했던 것은 자가격리 앱 깔기! 플레이 스토어에서 그냥 내려받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구청직원의 아이디가 필요하다는 사실! 이윽고 동사무소에서 라면. 물, 햇반 등의 자가격리 구호 물품을 받을 것인지, 십만 원을 받을 것인지 묻는 전화가 옵니다. 코로나 걸려서 집에만 있어도 굶어 죽진 않겠더라고요. 우편으로 자가격리 통보서와 마스크, 체온계. 손 소독제도 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온 체크 해서 앱에 기록 해야 합니다. 그 와중 일회용 같아 보였는데 닦거나 씻어서 무려 100번까지 잴 수 있었던 체온계가 신기했답니다.

 

자가격리자의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2학기 개학하고 처음 학교 간다며 좋아했던 아이들은 엄마 때문에 등교는커녕, 학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집에 당장 애들 밥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 역시 출근은 못 하지만 방송 준비는 해야 했고 줌으로 회의하는데 아날로그 세대라 그런지 집중이 도통 안 되더라고요. 딸이 시켜주는 메뉴 선택권 1도 없는 1일 2식. 행동반경은 좁은 내 방과 화장실이 전부! 자가격리자의 24시간은 정말 더디 갑니다.

 

자가격리하는 동안 신발이 제일 신고 싶었고 현관을 걸어 나가고 싶었으며 언택트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세상 속으로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9박 10일 동안 제가 깨달았던 가장 큰 교훈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이동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방에만 있었더니 안 그래도 없는 근육이 빠져서 오랜만에 걷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자가격리자가 된다면 스쿼트 필수입니다.

 

◆시크한 작가가 무사했던 이유?

 

이건 다들 궁금해합니다. 만약 팀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1순위는 무조건 저였습니다. 소문난 골골 대명사에, 그것도 파트너 피디가 확진 받았는데 연이어 마주 보고 회의까지 했는데 어떻게 무사할 수 있냐? 사실 저도 의문입니다. 돌팔이 작가가 생각하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피디가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았다는 것! 2021년까지 코로나 장기전에 될 거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는데요. 마스크 착용, 정말 중요합니다. 불편하다고 입스크. 코스크. 턱스크 하지 말고 마스크 제대로 착용해야 합니다. 코로나 감염을 피해간 두 번째 추측은 유튜브 '시크한 작가들'을 하면서 제가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면역력에 좋은 걸 챙겨 먹고, 햇살 아래 집 근처 경의선 숲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밤샘원고 작업은 되도록 안 하기 시작했거든요. 정확한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이런 작은 습관의 변화가 골골 작가의 코로나 감염을 막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주홍글씨

 

밀접 접촉자와 자가격리자가 되면서 거의 20년 만에 전화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괜찮냐는 많은 지인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발 없는 소문은 정말 빠릅니다. 여의도 바닥에 파다했던 우리 팀의 소식. 근데 음성 판정받은 건 왜 다들 모를까요? 게다가 저는 이름이 특이해서 동명이인 논란도 없습니다. 자가격리 해제가 풀리자마자 추석 연휴였어요. 당시 비대면 명절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남편이 시댁 가자고 안 하더군요. 애들만 데리고 갔습니다. 저희 딸은 엄마가 자가격리 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친구들이 이상한 눈으로 본다고 슬퍼했습니다. 자가격리자와 그의 가족도 이런데 확진자들은 오죽할까요? 조심하더라도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고 자가격리자가 될 수 있는데 그들을 더욱 불편하고 힘들건 하는 건 병보다 편견이 아닐까요? 우리가 코로나 시국을 지혜롭게 이겨내야 하는 이유! 누군가가 보내준 시 한 편으로 마무리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글/나둘숙(건강프로그램 작가)

 

◆SBS 잘먹고 잘사는 법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KBS 명견만리

◆유튜브/블로그 <시크한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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