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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판호 4년 만에 허가… 게임업계, 한한령 해제 '시기상조'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3년 9개월 만에 중국 판호 발급
1회성 정책 가능성 제기, 국제정세 변화로 인한 명분 챙기기 분석
판호 발급 후에도 중국 서비스 개시까지 장애물 '첩첩'

 

【 청년일보 】 지난 3년 9개월간 막혔던 중국 판호(게임영업 허가)가 드디어 나왔다. 국내 게임사가 원하던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길이 다시 열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판호 발급이 1회성 정책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제정세를 둘러싼 중국의 명분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외자판호를 받았다. 2017년 3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당시 중국은 우리 정부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한국 게임사의 수출길을 막았다. 일명 '한한령(한류 제한령)'의 대상에 게임이 포함된 것이다.

 

◆ 세계 최대 시장 중국, 자국 시장 막고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 챙겨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중국(17.7%)은 미국(21.0%)에 이어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 2위를 기록했으며, 모바일 게임 점유율은 26.5%로 미국(16.5%)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과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국내 게임업체가 오랫동안 공략해 온 시장이었다. 지난해 국내 게임의 국가별 수출 비중에서도 중국은 30.8%로 가장 많았다.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 지역까지 포함하면 무려 46.3%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게임 신작의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히면서 업계는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중국 게임은 아무런 제약 없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 막대한 돈을 벌어 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중국 게임산업 연구원 통계에 의하면 2019년부터 중국 게임사가 한국에서 올린 수입은 16억 달러(한화 약 1조 8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 '서머너즈 워'의 판호 발급, '한한령' 전면 철폐 아냐

 

서머너즈 워가 판호를 받은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이번 판호 발급이 이전과 같은 완전 개방이 아니라는 점에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른 한국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중국은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동맹 중심의 외교로 선회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시진핑의 방한이 불가능해지면서 중국 정부로서는 한국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판호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한령의 대표적인 제재 대상은 케이팝과 게임인데, 이 중에서 케이팝은 BTS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불가, 유튜브 등 영상 매체를 통한 중국 이용자의 시청 행태 등으로 인해 사실상 해제하기 어렵다. 위 교수는 게임 판호가 남은 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위 교수는 규제가 전면 철폐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과거의 10분의 1 수준의 판호를 발급하고 있다. 소수의 제한된 외자판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쟁탈전을 벌일 것"이라며 "대기 중인 한국 게임의 판호가 줄줄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순진한 판단이다. 추가적인 판호 발급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중국 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년간 한국은 판호를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중국 게임은 한국 시장에 아무 제약 없이 진입했다.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로 경제 보복을 하는 행위 자체가 WTO 정신 위반이다.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내년에 대선정국에 들어서면서 정부는 판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치 상황에 집중할 것이다. 학계와 산업계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판호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중화사상 강화·청소년 게임 대상 규제… 서비스까지 넘어야 할 산 많아

 

업계에서는 이번에 판호가 발급됐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서비스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중국은 문화 콘텐츠 검열 시스템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화사상에 맞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 대상 게임 규제도 심화된 상태다.

 

판호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서비스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과몰입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출시를 못하고 있다.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과거와 달리 몇몇 중국 게임은 국내 게임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진 상태다. 이로 인해 중국 퍼블리셔도 비슷한 수준이면 자국 게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지난 9월 28일 출시된 미호요의 '원신'은 발매 첫 주에만 전 세계에서 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두 달간 약 3억 9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중국 서드파티 스토어와 PC, 콘솔 매출은 제외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년 9개월 만에 판호가 발급됐다는 것은 환영할 소식이지만 무조건 좋아할 것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중국 시장은 매우 폐쇄적이라 서비스까지 장애물이 너무 많다"며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함과 동시에 퀄리티를 높여 BTS처럼 중국 이용자가 '매달리는' 게임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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