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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타계 20주기’…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한 범 현대가

현대, 형제간 경영 다툼‧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등 내홍으로 분리
현대차그룹, 재계 2위에 등극…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그룹도 성장
‘적통’ 현대그룹은 중견기업으로…HDC‧KCC‧한라 등 방계 그룹도

 

【 청년일보 】오는 21일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20년이 된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영향력은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그가 별세하기 1년 전인 지난 2000년에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쪼개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범 현대가(家)로 불리면서 국내에서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등 주요 산업에 퍼져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비상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1990년대까지 건설과 조선, 자동차, 유통, 전자, 금융 등 주요 산업 분야를 망라한 국내 최대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과 정 명예회장의 타계를 거치며 내홍을 겪고, 여러 그룹사로 분리됐다.

 

특히 2000년 3월 정주영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5남인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충돌한 왕자의 난은 범 현대가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아버지가 동생인 정몽헌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려하자 이에 반발해 자동차 관련 10개 계열사를 가지고 현대그룹에서 분리했다. 6남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현대중공업그룹을 분리해 나갔다.

 

정몽헌 회장은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현대그룹의 명맥을 이어갔지만 시련은 계속됐다.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부실로 2001년 초 채권단의 공동관리에 들어갔고, 아버지의 유지를 물려받아 대북사업에 매진하던 중 2003년 8월 불법 대북송금 특검 조사의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았지만, 범 현대가 내부 갈등은 그치지 않았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당시 정상영 KCC 회장이 범 현대가 적통론을 내세우며 현정은 회장을 상대로 ‘시숙부의 난’을 벌였고, 2006년엔 정몽준 이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현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이러한 범 현대가 내부 갈등은 2010년대 들어 어느 정도 일단락됐고, 범 현대가 2·3세대들은 매년 3월 21일 정주영 명예회장 기일에 맞춰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쪼개진 그룹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곳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20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010년에는 포드를 제치고 완성차 판매량 기준 세계 5위에 올랐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자산은 31조723억원이었다. 삼성, 현대, LG, SK에 이어 자산 기준으로 재계 5위였지만, 현재는 삼성그룹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자산은 248조612억원으로 20년만에 8배나 올랐고, 현대차 단독 매출은 2019년과 2020년 연속 16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부터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 지난해 전세계 판매량 4위에 오르며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로봇·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도 인수하며 현대그룹 정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카드, 현대차증권, 현대로템, 기아 등 계열사만 55개에 달하고,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과거 현대그룹의 위상을 뛰어넘었다는 의견도 많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두각을 보이는 ‘직계’ 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정몽준 이사장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30개를 거느린 매출 48조원의 재계 9위 그룹이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 올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재계 7위로 도약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이라는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정유·건설기계 등 연계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을 중심으로 로봇·인공지능(AI)·수소 등 신성장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일군 현대백화점그룹도 유통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하고 있다. 매출 20조원의 재계 21위로, 정지선 회장의 리드 아래 패션과 리빙, 건자재 분야를 포괄하는 종합유통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밖에도 범현대가 ‘방계’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과 조카가 이끄는 HDC그룹, KCC그룹, 한라그룹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적통을 이어받은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상선 등을 연이어 매각하며 매출 3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내려앉았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사로 계열사 11개를 보유 중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도 천안함 사건과 개성공단 중단 등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대북사업이 정 명예회장의 가장 큰 유지였던 만큼 현대그룹의 정통성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이 밖에도 범현대가에서 다른 그룹으로 넘어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와 현대증권(현 KB증권), 현대상선(현 HMM) 등도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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