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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우오현 SM그룹 회장 땅 투기 논란···'권불십년' 신호탄?

양계장에서 시작해 재계 서열 38위에 오른 '재계의 기린아' 평가
KBS, 3기 신도시 지정된 고양 창릉 인근 우 회장 땅 저격성 보도

 

【 청년일보 】 자수성가(自手成家)란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사람이 혼자 힘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우거나 큰 성과를 이루었을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우오현 SM(삼라마이다스)그룹 회장에게 이 말은 너무 빈약해 보인다. 양계장에서 시작해 한국 재벌 순위 38위에 오른 그에게 '재계의 기린아'라는 평가는 더 없이 적절해 보인다.

 

우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평범한 농촌 가정의 8남매 가운데 일곱째로 태어났다. 광주상고를 나온 우 회장은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1971년 양계장 운영에 나섰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돈 없는 사람들에게 계란 반찬은 귀한 음식이었다. 양계장은 그런대로 잘됐다.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양계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염병이 돌면서 병아리가 다 죽어나간 것이다. 여기에서 스토리가 끝났다면 오늘의 우 회장은 있을 수 없는 법. 우 회장은 1978년 양계장을 정리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88년 자본금 1억원으로 SM그룹의 모체가 된 삼라건설을 설립했다. 우주만물을 의미하는 '삼라만상'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기회였다. 당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수도권의 알짜 택지를 헐값에 내놨다. 삼라건설은 이 택지를 사들여 인천, 용인, 구리 등 수도권으로 진출했다.

 

이 때부터 우 회장의 인수합병(M&A) 역사가 본격화된다. 처음에는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M&A 성공은 2004년 강남 성모병원, 여의도 성모병원 건설로 유명한 진덕산업을 인수한 후부터다. 이 때부터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2005년), 경남모직(2006년), 남선알미늄(2007년), 티케이케미칼(2008년)을 잇따라 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후에도 M&A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우방건설과 신창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사업의 몸집을 불렸다. 하이패스 사업자인 하이플러스카드 역시 2011년에 사들였다. 2013년에는 당시 해운업계 4위인 대한해운을 인수하며 해운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에는 채권추심 회사인 솔로몬신용정보를 인수해 SM신용정보로 사명을 바꿨다. 2016년에는 대한해운을 통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아너스빌'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경남기업까지 사들였다. M&A 역사를 거론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다.

 

SM그룹은 주로 청산 위기에 놓인 부실기업을 매입한 후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 내에 연착륙시키는 방식을 썼다.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문어발식 경영도 문제이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채권을 담보로 또다른 채권을 빌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A라는 계열사를 담보로 B계열사를 인수했는데, 또다시 B계열사를 담보로 C계열사를 인수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SM그룹 계열사는 서로 물리고 물리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캐시카우(cash cow) 하나만 무너져도 연쇄도산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M그룹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 9조7000억원, 계열사 53개로 재계 순위 38위에 랭크돼 있다. 2019년에는 자산 9조8000억원, 계열사 65개로 35위에까지 올랐다. SM그룹 밑으로 DB그룹(舊 동부그룹ㆍ39위), 네이버(41위), 셀트리온(45위), 아모레퍼시픽(48위) 등 기라성 같은 그룹이 포진해 있는 것을 보면 SM그룹의 위상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드라마틱한 성장사다. 이에 대해 "흙수저였던 우 회장이 자수성가한 것"이라는 것이 SM그룹의 공식 주장이다. 하지만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권력층과 가깝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권력 서열 1, 2위의 동생들이 SM그룹에 둥지를 튼 것이 대표적이다. SM그룹이 2018년 인수한 삼환기업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넷째 동생인 계연씨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문 대통령의 넷째 동생 재익씨 역시 SM그룹의 케이엘씨SM에 선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케이엘씨SM은 SM그룹의 해운부문 계열사 대한해운의 자회사다. 

 

삼환기업은 이계연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한지 2개월 후인 8월부터 3개월 간 3000억원의 공공사업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도 삼환기업의 연간 매출 2660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또 SM그룹 계열 선사(船社)들은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136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특혜 논란이 일어난 것은 물론이다.

 

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각종 청와대 행사에 수시로 초청됐다. 이 와중에 발생한 것이 바로 오픈카 사열 논란이다. 2019년 11월 우 회장이 경기도 고양시에 주둔하고 있는 제30 기계화보병사단에서 오픈카를 타고 장병 사열식을 한 것이다. 당시 우 회장은 별 2개가 달린 베레모를 쓰고 30사단장과 함께 연병장 사열대에 올라 장병들의 경례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당시 "일개 사기업 오너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들을 사적(私的) 남용하는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며 "얼마나 든든한 뒷배를 가졌으면 우리 군의 명예와 가치를 이렇게나 쉽게 훼손하고 더럽힐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뒷배란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것을 말하는데, 권력 특유의 속성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뒷배(?)를 가진 우 회장이 최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고양시 창릉 인근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땅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공영방송 KBS가 3기 신도시 예정 부지와 인근 500m까지의 토지대장 2만3000여 건을 전수 분석했는데, 상장사 등기임원 가운데 본인의 이름으로 땅을 산 사람은 모두 47명에 달했다. 그룹 총수에서부터 대표이사, 고위 임원, 사외이사 등이 가진 땅은 100필지, 축구장 20개 넓이에 달했다. KBS는 이 가운데 우 회장이 사들인 토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해당 토지는 우 회장의 딸들이 대표이사와 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농업법인 삼라농원 소유였는데, 삼라농원은 매입 두 달 만에 우 회장에게 매각했다는 것이다. KBS는 삼라농원의 땅이 전국에 걸쳐 있으며, 확인된 것만 7만4000㎡라고 보도했다. 덧붙여 우 회장은 별도로 개인 농지 30여 필지도 보유중이라고 전했다. 

 

뒷배 의혹을 받고 있는 우 회장에게 KBS가 마치 저격하듯 땅 투기를 보도한 것에 대해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 의혹이 대표적이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만고의 진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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