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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으로 기울고 있는 아프간 20년 전쟁의 최종 승자

탈레반, 아프간 재장악 가능성···평화협상 전망 불투명
아프간 정부 내 분열 심화…또 다른 내전은 IS에 '호재'

 

【 청년일보 】 탈레반은 '종교적인 학생', '이슬람의 신학생' 등을 뜻한다. 이슬람 경전을 급진적으로 해석한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군사 지원 속에 1996년 집권에 성공했다. 

 

탈레반의 목표는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이다. 이의 일환으로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음악과 TV 등 오락이 금지됐다.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다. 하지만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정권에서 밀려났다.

 

미국은 당시 9·11 테러 배후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탈레반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거부하자 동맹국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국은 아프간에 친서방 정권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탈레반은 이후 반격에 나서 지금은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 지리한 평화협상 와중에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미군 철수

 

평화협상 구상이 나온 것은 지난 2009년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평화협상 구상에 대한 운을 띄운 것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이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하지만 평화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10월 임기 내에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아프간 군사전략을 새롭게 발표했다. 미군 철수 시한을 제시하는 대신 테러 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내세웠다. 이후 아프간 주둔 병력이 늘어났지만 미국에 전황이 유리하면 탈레반과 평화협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 2018년 7월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가 카타르에서 극비리에 탈레반과 만났다. 극단적인 테러를 일삼던 탈레반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민간인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은 2019년 들어 더욱 탄력이 붙었다. 그해 1월 양측은 아프간 내 국제 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합의 골격에 동의하기도 했다.

이후 양측은 지난해 2월 평화합의에 서명했다. 미국은 이 합의에서 14개월 내인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 등 국제 동맹군 철수를 약속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 방지와 함께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에 동의했다. 

이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9월 12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양측이 이런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완전히 발을 빼겠다며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 아프간 20년 전쟁의 최종 승자는 탈레반 분석 무게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9월 11일까지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아프간 내 상황이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군사적으로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만큼 정치·경제 기반이 허약하고 분열상이 심각한 아프간이 또 다른 내전 등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이 별다른 조건 없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경우 탈레반이 군사력 공백을 노려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탈레반의 공세를 막아낸 핵심 축은 미군이었다. 미군은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공습은 물론 군사훈련과 물량 지원 등을 통해 아프간 정부군을 떠받쳐왔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2500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7000명이 주둔해 있다. 하지만 이런 외국군이 발을 빼게 됨에 따라 탈레반은 마음놓고 곳곳을 누빌 수 있게 됐다.

아프간 정부의 평화협상팀 멤버 중 한 명인 나데르 나데리는 미군 철수에 대해 "탈레반에게 중요한 여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데리는 탈레반이 '기다려서 모두 이기자'는 식의 결정을 내리게 되면 아프간 내 사태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탈레반은 이번 미군 철수 소식이 나오자마자 "모든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아프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어떤 콘퍼런스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미국이 기존 철수 시한인 5월 1일을 지키지 않은 것을 평화협상 불참 명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9월까지만 기다리면 외국군 없는 아프간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탈레반으로서는 굳이 평화협상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시간은 탈레반 편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미국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아프간이 미군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내전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아프간 정부 내 분열 심화…또 다른 내전은 IS에 호재

아프간 정부 내 분열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버팀목'인 미국이 빠져나갈 경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기반은 더욱 약해지고, 정치세력 간 대립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니 대통령은 총리 역할을 수행하는 최고 행정관 출신의 압둘라와 권력을 나눠 가진 상태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2014년에 이어 2019년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압둘라는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했다.

2014년에는 미국의 중재 끝에 가니는 대통령, 압둘라는 최고 행정관을 맡으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2019년 대선 후 가니는 대통령으로 정부 내 수장 자리를 맡았고, 압둘라는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으로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아프간 내 이슬람국가(IS)의 움직임도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변수다. 지난 2015년부터 아프간에 본격 진출한 IS는 현지에 'IS 호라산 지부'를 만드는 등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호라산은 이란어로 '해 뜨는 곳'을 뜻하며, 아프간·파키스탄·인도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슬람 수니파인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탈레반과 종종 대립해왔다.

IS는 평화협상 기류를 틈타 영향력 확대에 더욱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9년 8월에는 카불 서부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6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해 11월에는 카불대학에서 총격 테러를 주도해 20여 명을 숨지게 했다. 미국으로서는 아프간에서만 주로 활동하는 탈레반보다 국제적으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는 IS가 앞으로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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