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갑질'에 택배 보이콧까지 거론하던 택배기사들이 일단 손을 드는 양상이다.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진입을 전면 금지한 이 아파트 단지에 택배기사들이 세대별 배송을 다시 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6일 이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차량 진입 문제로 갈등을 겪은 아파트의 '단지 정문 앞 배송'을 일시 중단하고 '문 앞 배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택배기사들이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면전에서 폭언을 듣고 항의 문자를 받는 등 추가 피해가 잇따르자 노조가 전면적 강경 투쟁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택배노조는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더 많은 노동자가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 더 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아파트 앞에서 무기한 농성과 촛불집회를 열어 '공정과 정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동참을 끌어낼 것"이라며 "택배사는 즉시 해당 아파트를 배송 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약 500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모든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문제는 지하주차장의 높이(2.3m)보다 택배차량의 차체가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단지 안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을 하거나 택배기사가 사비로 차체가 낮은 차량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차체 변경에는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몸을 숙인 채 작업을 해야 돼 신체적 부담도 커진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난 14일부터 세대별 배송을 멈추고, 아파트 단지 앞에 택배 상자를 쌓아 둔 뒤 입주민들이 찾아가도록 안내했다. 

택배노조는 당시 "지난 8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13일까지 아무런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사실상의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세대별 배송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입주자대표회의는 택배차량의 출입 제한 이전에 1년의 유예기간을 주었다고 하지만 그 유예 결정을 누구와 협의해 내렸는지가 핵심"이라며 "지금의 갈등은 택배 노동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ㆍ통보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18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와 2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택배노조는 '택배차량의 출입 제한은 노동자에게 더 힘든 노동과 비용을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지금이라도 책임을 지고 대화에 나서야 하며, 정부 역시 중재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