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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냄새나는 윤석열 X파일···작성 주체와 경위부터 밝혀야

여당 대표가 신호탄 쏘아 올려, 김무성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 '불쏘시개' 역할
여권 '모르쇠' 일관하면서도 정치공작 배후 묻는 여론 희석하거나 물타기 시도

 

【 청년일보 】 권력투쟁 과정에서는 항상 음모와 의혹이 난무한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탈환하려는 세력 사이에 치열한 정치공작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상대 진영이나 후보에게 최대한 흠집을 내야한다. 권력을 잡으면 정치공작의 '원죄'도 묻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법에 대한 확실한 단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치공작은 물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정치공작이 한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정보를 반복해서 장시간 듣게 되면 그것을 사실로 인식하거나 세뇌당하게 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정보 자체가 선거에 나선 후보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병풍사건이 대표적이다.

 

병풍사건은 지난 2002년 대선(大選) 당시 김대업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면탈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회창 후보 관계자들이 병역문제와 관련해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것이다.

 

온라인 매체는 물론 KBS 등 지상파 역시 대대적인 보도에 나서 대중들에게 병역면탈이 사실인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와 새천년민주당 등 여권은 "179㎝의 키에 45㎏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주장을 통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은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범죄와 연관이 없는 팩트만으로도 선거운동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로 인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12%포인트나 폭락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근소한 표 차이로 당선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는 정당한 것으로 판명됐지만 불법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방법도 없었다.

 

이 사건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온 김대업은 가장 큰 수혜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취임 전과 후에 두 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허위 폭로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돼있었지만 중간에 배달사고가 나서 모 광역자치단체장이 착복했다는 주장을 해 논란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병풍사건은 당시 한나라당과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최근 불거진 '윤석열 X파일' 논란은 당시와 데칼꼬마니처럼 비슷한 행적을 그려가고 있다. 정치공작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다. 그는 지난달 25일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한 단체의 집회에 참석해 "윤 전 총장 사건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파일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시기는 윤석열 전 총장이 각계 전문가들은 물론 야권 인사들을 만나며 외부 활동에 본격 나선 것과 맞물려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송영길 대표 등 여권 핵심부에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X파일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는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X파일을 입수해서 봤다는 글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지뢰'를 설치하고, 이를 장성철 소장이 밟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소장은 이 글에서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 선택을 받는 것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 결론"이라며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기에는 자신 또는 특정 세력의 '관점'이나 '이해관계'가 반영된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특히 논란 확산의 '불쏘시개' 역할도 하게 된다.

 

윤석열 X파일은 현재까지 3가지 버전이 전자파일 형태로 유포되고 있다. 주요 골자는 윤석열 전 총장 아내 김모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에 대한 기업 협찬 의혹, 장모 최모씨의 요양원 운영 비리 의혹, 그리고 윤석열 전 총장이 검사를 할 때 측근 관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이다.

 

장성철 소장은 "실체를 공개하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파일을 줄테니 자신 있으면 그 쪽이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법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어 공개도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해당 파일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련 내용을 뉴스로 봤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병풍사건 때처럼 가만히 놔둬도 윤석열 전 총장을 매개로 야권 스스로 자멸할 수 있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분위기를 흘리고 있다. 윤석열 X파일이라는 말은 국민의힘 쪽에서 나오지 않았냐며 야권에 책임을 돌리는 한편 윤석열 전 총장에 부정적인 야권 일각에서 만든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이 대표적이다.  

 

김어준은 지난 2017년 탄핵 정국 당시의 새누리당 탈당파와 잔류파 사이의 갈등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탈당파, 그리고 친박계와 친이계를 포괄하는 잔류파가 내년 대선에 임하는 시각이 다르다"며 "두 세력간 충돌의 단면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자강론을 앞세운 탈당파가 윤석열 전 총장을 흔들기 시작했고, 잔류파가 반발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한마디로 윤석열 X파일은 야권의 내부 갈등에 따른 산물이라는 것이 김어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윤석열 X파일 작성 주체, 다시 말해 정치공작의 배후를 묻는 여론을 희석하거나 물타기 하기 위한 용도라는 지적이다. 

 

장성철 소장에 따르면 윤석열 X파일은 의혹과 관련한 자금 흐름, 구체적인 액수 등 국가기관의 정보로 추정되는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는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해 만들었을 수도, 국가기관의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세력이 관여해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위원장으로 일했던 신평 변호사는 윤석열 X파일이 정치공작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평 변호사는 "틀림없이 어떤 (국가)기관의 꼼꼼한 작업에 의해 산출된 흑색선전을 바탕으로 그(윤석열 전 총장)를 낙마시키려는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3월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본인 뜻에 의하든 아니면 주변 여건 때문이든 출마로 가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말이다.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출마할 수는 있어도 권력의지가 없어 출마하지 않는 경우와 출마 의지는 있지만 주변 여건상 출마할 수 없는 경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후자로 해석했다. 그리고 노영민 전 실장이 강조한 '주변 여건'이란 아내와 장모, 즉 처가의 '구린 과거사' 문제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같은 관측 때문인지 여권 인사들은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의 대선 후보로 나와주면 땡큐라는 의미의 '윤나땡'을 자주 언급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노영민 전 실장의 말과 윤나땡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나땡이 맞는 상황 분석이라면 윤석열 전 총장의 출마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나땡은 윤석열 전 총장의 파괴력 또는 공포에서 비롯된 '뻥카'일 수 있다. 실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은 '아파트'와 '윤석열'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허위사실 유포가 됐든 불법사찰이 됐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공작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전 총장은 52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X파일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그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응수하면 쉽게 정리되거나 의혹을 제기한 쪽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윤석열 X파일의 출처, 작성자, 내용은 아직도 불분명하다.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 관련 의혹을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권, 특히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자충수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윤석열 X파일 작성 주체와 경위부터 밝히는 일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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