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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19 재난이 들춰낸 불편한 진실...노동 현실의 민낯

 

【 청년일보 】 매서운 폭염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 등 재난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코로나 19가 들춰낸 불편한 진실 하나가 눈에 띈다.

 

백화점업계는 지난 22일 자체 코로나 19 진단키트를 점포별로 비치함으로써 직원들에 대한 선제대응 방침을 세웠다. 백화점 입구에 병목현상이 발생할까 우려된다더니, 출입명부 관리(안심콜·QR코드 체크 등) 의무화 적용 또한 ‘검토 중’이다.

 

지난 16일 서울시는 7월 17일부터 8월 21일까지 36일간 서울 소재 백화점 종사자약 13만 명에게 코로나 19 선제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마치 백화점이란 장소에 유동인구가 많고 밀집도도 높다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 발발 이후에야 비로소 깨달은 것 같은 뒷북조치다. 그러나 그 뒷북도 제대로 치지 못한 듯 보이는 행정명령에 대한 백화점 종사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백화점노조)은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의 휴업이 보장되지 않는 서울시의 코로나 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은 노동자들에게 방역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한 “이제까지 그래왔듯 백화점은 협력업체에게 코로나 검사를 지시만 하면 책임을 다 한 것이 되고 협력업체는 노동자들에게 근무일을 피해 연차나 개인 휴무를 소진해 검사를 받도록 지시할 것”이라며 “백화점을 임시 휴업하고 모든 직원이 검사를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핵심은 백화점 측은 직원들에게 코로나 검사는 받게 해야겠는데, 막대한 매출 공백 발생은 피하고 싶으니 가장 먼저 노동자들의 휴무권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지난 20일 쿠팡이츠는 극심한 무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일을 하는 배달파트너의 건강을 위해 폭염특보 발효 시 생수 1병을 지급할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배달파트너들에게 쿠팡이츠가 생수 쿠폰을 발행하면 그걸 가까운 편의점에 제시해 500ml 생수 1병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상당수가 쿠폰을 아예 받지도 못했다는 소식이 지난 22일 전해졌다.

 

알고 보니 쿠팡이츠는 배달파트너를 3단계로 나누는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었고 배차 거절 등을 하지 않고 배달건수가 많은, 높은 등급의 배달파트너들에게만 생수 쿠폰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폭염대책이라며 내놓은 500ml짜리 생수 한 병도 소위 ‘급’에 따라 받고 못 받는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배달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폭염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당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데, 사측에서 자본주의의 논리를 과도하게 적용함으로써 노동자를 필요이상으로 불공정하게 대우한 셈“이라며 재난 상황이 부각시킨 노동계 병폐의 한 단면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은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라는 명제가 문득 떠오른다. 이 경우엔 ‘재난의 첫 번째 희생자, 그 이름은 노동자’로 살짝 바뀌어야하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힘겹게 자신의 몫을 해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진짜 재난은 코로나 19나 폭염이 아닌 노동자를 정당히 대우할 줄 모르는 고용주들의 마인드 그 자체가 아닐까.

 

 

【 청년일보=정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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