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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 경쟁의 중심 무대로 떠오른 남중국해

유라시아 해상 항로의 '심장'···영국 비롯한 서구 열강, 영유권 분쟁 합류
중국 장악할 경우 한국 '생명선' 위태···이어도 역시 영유권 분쟁의 타깃

 

【 청년일보 】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은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후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다. 국가 비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 글로벌 브리튼을 위해 영국은 유럽과 일정한 거리를 둔 인도태평양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영국이 이 지역에 진출하려는 것은 대영제국(大英帝國) 시절인 19세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속셈이다. 영국은 1839년 제1차 아편전쟁에서 승리하며 청나라로부터 홍콩을 넘겨받았다. 1856년 제2차 아편전쟁에서는 청나라의 완패로 본격적인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가 개막됐다. 이를 통해 영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엄청난 부도 축적했다.

 

지난 1997년 영국은 155년 동안 할양받은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다. 이로 인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놓치게 된 것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도 상실하게 된다. 더구나 유럽연합의 일원으로 군사와 경제 분야에서 독자적인 주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 갈수록 강대국의 면모도 약화됐다.

 

결국 영국은 미국과 중국에 버금가는 국가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세부적으로는 남중국해 진출에 나섰다.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 남중국해는 유라시아 해상 항로의 '심장'이다. 전 세계 해상 교통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화물 적재 상선의 50% 이상이 이곳을 통과한다.  

 

인도양으로부터 남중국해를 경유해 동아시아로 수송되는 원유는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3배,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15배 많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원유의 3분의 2, 일본과 대만의 60%, 중국 의 80%가 남중국해를 통해 공급된다.

 

남중국해는 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석유 2130억 배럴, 천연가스 3조8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NGH)도 대량 매장돼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더욱이 남중국해는 공해상의 연속이 아닌 200개 이상의 섬, 암초, 산호초 등이 산재한 곳이다. 서쪽에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반도가 있고, 동쪽에는 필리핀이 있다. 그리고 남쪽에는 보르네오 섬이 있다. 주변국들이 생존과 경제 발전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난하이(南海)라고 부르면서 자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한다. 실제 중국은 남중국해 아홉 곳에 가상의 선인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을 일방적으로 그어놓고 그 안쪽 바다를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한다. 알파벳 U자 모양의 남해구단선 안쪽 바다는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모든 해역이 중국의 영역이 된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장악하기 위해 암초와 산호초를 인공섬으로 조성하고, 군사 기지화했다.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즉 '불침항모(不沈航母)' 전술이다. 무력을 갖춘 인공섬은 남중국해를 실효 지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조성한 인공섬은 모두 7개다.

 

중국은 2차례의 아편전쟁에 패하면서 국토가 유린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당시 서구 열강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 청나라를 침략했다. 이 같은 역사는 '트라우마'다.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그리고 상품의 수출입로 확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만약 남중국해가 봉쇄되면 중국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특히 해군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남중국해는 미국에게도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할 경우 인도태평양의 지배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만으로는 중국의 야심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일본,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중국해에 접해 있는 아세안 회원국과도 연대에 나서고 있다.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이끄는 영국의 항모타격단은 지난달 남중국해에 진입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 미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연말에는 이 지역에 2척의 군함을 상시 배치할 계획이다. '세계의 경찰'은 아니지만 최소한 종이 호랑이는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프랑스는 지난 4월 벵골만에서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라 페루즈'라는 명칭의 해군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이 대서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세계 무역과 투자에서 이 지역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곳이 세계화의 최전선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에 뒤질세라 독일도 지난 2일 구축함 바이에른호를 남중국해로 보냈다. 지난 2002년 이후 19년 만의 일이다. 아네그레트 크람프 카우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으로) 힘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동맹과 함께 국제질서를 지키고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남중국해에 숟가락을 얹겠다는 얘기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열강의 남중국해 진입은 서로 다른 계산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하는 모양새며, 이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전제로 한다. 

 

남중국해는 힘과 힘이 충돌하는 바다가 됐다.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현재로서는 중국이 우세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해군과 해병은 물론 연안경비대를 포함한 인민해방군 해군 전력은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잠수함만 해도 76척에 달한다. 

 

남중국해는 우리나라의 핵심 물류 통로다. 만일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게 되면 무역 의존도가 65% 안팎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생명선도 위협을 받게 된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만 떠올려도 예상이 가능하다. 

 

당장 이어도(離於島)만 해도 중국과 영유권 분쟁에 휩싸인 상태다. 중국의 관영 언론은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巖礁)'라고 부르며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영토라고 주장한다.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에 대해서는 도서의 침략 및 점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화약고'로 변해가는 남중국해의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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