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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내년 대선 명운 가를 메가톤급 이슈로 부상

정의당, 불로소득 복마전으로 규정···국민의힘은 특검과 국정조사 등 '쌍끌이' 공세
이재명 측, 수사 받겠지만 특검과 국정조사는 반대···여론의 무게 추는 후자에 쏠려

 

【 청년일보 】 비버리힐스(Beverly Hills)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시다. 원래는 인디언이 살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도 손 꼽히는 고급 주택지의 대명사가 됐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은 판교신도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있다. 사실상 판교신도시와 붙어있는 셈이다.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서판교 나들목과 가깝다. 한마디로 금싸라기 땅인 것이다.

 

대장동은 자연환경이 뛰어나다. 주변이 해발 200~300m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백현동 남서울골프장 인근의 고급 주택지, 용인시 고기동의 전원 주택지와 '명품 주거벨트'로 연결되는 지리적 여건도 갖추고 있다.그럼에도 30년 넘게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강남권과 가까운 입지로 인해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묶여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미니 판교'로 불리는 노른자위 땅을 그냥 둘리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04년 12월 이 지역 38만7000평(128만㎡)을 미니 신도시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타운하우스와 단지형 펜션 등 고급 주택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에 따라 '한국판 비버리힐스'라는 별칭도 붙었다. 하지만 택지로 지정되기 전 개발 도면이 유출되고, 투기 논란이 이어지다 결국 2010년 9월 손을 떼게 된다.

 

이후 지주들로 구성된 대장동개발추진위원회가 민간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대장동을 2011년 3월 도시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공영개발 절차에 착수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0년 7월 19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취임 3주년을 맞은 2013년 7월 대장동 개발사업을 성남시 주도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는 '민간·공영 공동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7만8000평(92만467㎡)에 아파트와 연립·단독주택 등 5903가구를 짖는 1조15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토지의 용도 변경을 전제로 하는 신도시 개발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수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경우 시행자의 재량권과 수익성이 큰 도시개발보다 택지개발로 추진된다. 정부 차원의 택지개발촉진법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개발법보다 더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당시 국토교통부나 LH 없이 성남시가 주도하는 도시개발을 추진했다. 

 

도시개발법을 적용받는 개발사업은 알박기가 불가능하다. 토지 주인이 땅을 팔지 않겠다고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관공서의 인허가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 사업 주체가 성남시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3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사업 착수부터 주택 분양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일반적 개발사업과는 엄청난 차이다. 특히 대장동 개발은 민간·공영 공동사업이란 희한한 '문패'를 내걸어 분양가상한제도 피했다. 

 

대장동 개발 민간·공영 공동사업의 두 축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火天大有)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 2013년 9월 설립됐다.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프로젝트를 발표한지 2개월 만이다. 성남시가 전액 출자해 지분율이 100%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4년 1월 성남시 시설관리공단과 통합해 도시개발 사업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 2015년 3월 26일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3개 컨소시엄으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받았다. 그리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그해 7월 시행사를 설립했다. 그것이 바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3개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인 당시 공모에서 자산관리회사를 포함한 컨소시엄은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뿐이었다. 특히 접수 마감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이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미리 정해 졸속심사를 벌인 '맞춤형 공모'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천대유의 지분 100%를 보유한 언론인 출신 김 모씨는 이재명 지사를 지난 2014년 7월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리고 6개월 후인 2015년 2월 13일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1주일 전 화천대유를 만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의뜰 납입자본금은 우선주 46억5000만5000원, 보통주 3억4999만5000원 등 모두 50억원이다. 우선주 93%, 보통주 7%의 구성인 것이다.

 

우선주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3.76%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하나은행(15.06%), 국민은행(8.60%), IBK기업은행(8.60%), 동양생명보험(8.60%), 하나자산신탁(5.38%) 등이 잇고 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는 화천대유(14.28%)와 SK증권(85.72%)이 나눠가졌다. 이들이 보유한 성남의뜰 지분은 각각 1%, 6%로 5000만원과 3억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93%나 되는 우선주 주주들이 확정이익 말고는 초과로 발생한 개발이익 전체를 보통주 주주에게만 배당하도록 협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실제 25억원을 우선주에 투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3년간 1822억원을 배당받은 반면 3억5000만원을 보통주에 투자한 화천대유와 SK증권은 각각 577억원, 3463억원을 배당받는 등 모두 4040억원을 챙겼다. 배당금이 출자금 대비 1154배에 달하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화천대유와 SK증권의 관계다. SK증권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출자했다. 한마디로 SK증권의 출자금은 SK증권이 아니라 성남의뜰에 투자해 달라고 돈을 맡긴 개인 투자자의 것이다. 특히 이들은 특수목적법인 형태로 SK증권에 돈을 맡겼는데, 천화동인(天火同人) 1~7호가 바로 그것이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언론인 출신 김 모씨의 소유다. 그리고 나머지 2~7호는 김 모씨가 모집한 개인 투자자 6명이 실소유주다. 김 모씨와 개인 투자자 6명이 SK증권을 통해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출자한 것은 신분을 숨기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1%의 지분으로 화천대유가 시행사인 성남의뜰을 좌지우지한 배경이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주역(周易)의 64괘에서 가져온 것이다. 화천대유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다. 천화동인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출마 선언에서 대동(大同) 세상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야권에서는 화천대유·천화동인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동'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는 성남의뜰 배당금뿐 아니라 대장동 15개 필지 가운데 이례적으로 5개 필지를 직접 시행해 1547억원의 개발이익을 남겼다. 대장동 내 전용면적 85㎡ 이하 택지의 경쟁률이 182 대 1에 달했는데, 화천대유는 이런 필지 5개를 수의계약으로 확보한 것이다. 

 

이처럼 기형적인 개발이익 배분 구조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도 강력한 반발이 나왔다. 실무자들이 택지 작업과 인허가 등 어려운 업무는 공공이 해주고, 이익은 민간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한마디로 공영개발을 빙자해 사실상 민간개발을 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준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사업 책임자인 유동규 기획본부장에 의해 묵살당했다고 한다. 유동규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쳐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이재명 지사 측은 논란이 커지자 대장동 개발을 시작한 2015년은 미분양이 많을 때였고, 이후 부동산 업황이 풀리면서 화천대유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으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대장동의 탁월한 입지로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12월 성남시 의회의 성남도시개발공사 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1월 2300만원을 들여 대장동 개발의 사업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사업의 순현재가치(NPV)는 335억7000만원, 내부수익률(IRR)은 6.66%, 그리고 비용편익분석(B/C)은 1.03으로 나타나 각각 '타당성 있음'으로 판단됐다.

 

순현재가치는 편익의 현재가치에서 비용의 현재가치를 뺀 것으로 0보다 크면 타당성이 있는 사업으로 본다. 내부수익률은 투자한 자금의 연 환산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수익률이 높으면 많은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비용편익분석이 1.00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 정도의 사업 타당성이 나왔다면 굳이 민간 사업자를 끼워 넣지 않고 공공 주도로 도시개발을 추진해도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업황 역시 활황은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의 주택 매매가격 연간 변동률은 2012년 -8.41%로 큰 폭 하락한 이후 2013년 -1.48%, 2014년 3.13%를 기록했다. 2015년 한해도 3.29%를 기록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또다른 논란은 이재명 지사의 각종 송사에 연결된 거물급 법조인들이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물론 권순일 전 대법관까지 연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당시이재명 지사가 '기사회생' 하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판 거래'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당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불로소득 복마전으로 규정했다. 공영개발로 포장해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은 "잘못하면 대선판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라면서 "LH가 보궐선거 향방을 갈랐듯이 대장동에서 이번 대선의 명운이 갈릴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절반 이상인 51.9%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특혜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응답했다. 이는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범적인 공익사업이었다'는 응답 24.1%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분위기를 몰아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쌍끌이' 공세에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 측은 "(검경)수사가 진행되면 얼마든지 받겠다"면서도 "특검과 국정조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경수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즉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좌고우면하며 변죽만 울리거나 '면죄부'를 주는 과거 정치권 수사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갈수록 여론의 무게 추가 특검이나 국정조사로 기우는 이유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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