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中, 금융 부문에 대한 '정풍운동' 돌입···마윈 결탁 대규모 숙청

'당 중앙' 지시로 기율검사위원회 대규모 감찰···인민은행장도 '사정권'
앤트그룹, 디디추싱, 헝다 사태 이후 서구식 자본주의 축출 시도 일환

 

【 청년일보 】 정풍운동(整風運動)은 중국 공산당의 당내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마오쩌둥(毛澤東)이 주창한 당원 활동 쇄신운동이다.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옌안(延安)에서 이루어진 정풍운동은 공산당 내 '나쁜 조류'를 뿌리뽑고, 당원과 홍군을 진정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 육성시킨다는 명목하에 진행됐다. 하지만 내면에는 마오쩌둥이 당내 경쟁 세력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자신의 독재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 숨겨져 있었다.

 

마오쩌둥은 정풍운동을 통해 중국 공산당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마오이즘은 중국 공산당의 근본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중국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정풍운동이 당 중앙, 즉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의해 부활하고 있다. 21세기판 정풍운동인 셈이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리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가 당국의 예약 면담, 즉 경고 차원의 소환을 받고 자취를 감췄다. 설화(舌禍)인 셈이다.

 

이를 계기로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 중국 최대 차량호출 기업인 디디추싱(滴滴出行) 등 빅테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정풍운동이 진행됐다. 중국 공산당의 눈 밖에 나는 순간 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에는 금융감독기관과 국유 금융기관이 타깃이 됐다. 중국 공산당이 금융감독기관과 국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찰에 들어가면서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감찰은 금융감독기관과 국유 금융기관들이 앤트그룹, 디디추싱, 헝다그룹 등 민간기업들과 부적절한 유착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밝혀내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대규모 정치적 숙청으로 이어지는 등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3대 금융감독기관의 수장도 감찰 대상에 포함돼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당 중앙' 지시로 기율검사위원회 대규모 감찰···인민은행장도 '사정권'

 

중국 중앙TV(CCTV)는 13일 인터넷판을 통해 "중국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윈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를 비롯한 25개 금융감독기관 및 국유 금융기관의 당 조직을 대상으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중국의 중앙은행이며,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와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하는 핵심 금융감독기관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율검사위원회는 이번 감찰이 당 중앙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혀 시진핑 주석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기율검사위원회 조사팀은 우선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가개발은행, 농업발전은행, 둥팡(東方)자산관리, 신다(信達)자산관리에서 상주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CCTV는 전했다.

 

감찰 당국은 대상 기관들이 당과 국가에서 부여한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조사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조사에 투입된 6순시조 조장인 왕영쥔(王榮軍)은 "주요 책임자와 지도그룹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해 중국의 3대 금융감독기관 수장인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 겸 인민은행 당 서기, 이후이만(易會滿)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까지 이번 조사의 범위에 포함돼 있음을 시사했다.

 

기율검사위원회는 12월 15일까지 전담 신고 채널을 운영한다고 밝혀 관련 조사는 최소 연말까지 두 달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년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금융 부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찰은 민간기업들과 결탁한 이들을 솎아내 책임을 묻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금융기관과 민간기업간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조사는 국유 은행, 투자 펀드, 금융감독기관 등이 민간기업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350조원의 부채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와 중국 최대 차량호출 업체인 디디추싱, 알리페이 운영사인 앤트그룹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 앤트그룹, 디디추싱, 헝다 사태 이후 서구식 자본주의 축출 시도 일환

 

금융 부문과 민간기업의 유착 의혹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 이번 조사는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마윈의 공개 도발 사건을 계기로 국가가 강력히 주도하는 새 경제 질서의 판을 짜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이번 조사를 통해 막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에 공연히 도전한 알리바바, 외국 대주주들의 이익을 앞세워 국가안보 우려를 무시하고 미국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 과도한 차입 경영으로 금융불안 사태를 일으킨 헝다 등과 결탁한 '뒷배'를 철저히 색출해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감독기관 중 첫 번째 조사 대상이 된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국내외 상장 문제를 관장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 같은 점에서 마윈의 설화 탓에 지난해 11월 전격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당국의 최종 관문을 넘었던 앤트그룹의 상장 문제와 디디추싱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문제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에서는 이미 올해 들어 부역자 색출 흐름이 뚜렷해진 상황이다. 지난 8월 저우장융(周江勇) 전 항저우시 당 서기의 낙마를 시작으로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는 2만여명에 걸친 시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알리바바와의 유착 관계를 캐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는 사정(査正) 폭풍의 여파가 지방에서 중앙으로 확대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가장 강력한 사정이 중국의 금융 부문을 덮치게 된 가운데 이번 조사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민간기업과의 금융지원 등 협력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중국의 민간경제 부문이 더욱 위축되고, 중국의 좌경화 흐름이 더욱 가속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조사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기점이 될 내년 가을의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겨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경제 체제에서 서구식 자본주의를 축출하려는 광범위한 시도 중 하나라는 것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