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8/art_17520401196609_cd18c4.jpg)
【 청년일보 】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이하 기술특례 상장)’는 현재 실적은 없거나 저조해도 기술성과 시장성을 갖춰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에 도입된 제도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최대주주 등 상장 후 의무보유 보호예수기간이 1년으로 일반 상장사(6개월) 대비 2배 길며, 매출액 요건 5년간 유예 및 대규모 경상손실(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발생) 요건을 3년간 유예받는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이나 시장 평가가 우수(최근 사업연도 중 시가총액이 4천억원 이상이고, 그 시가 총액이 자본금보다 큰 경우)한 경우 매출액 요건이 면제된다.
이 같은 기술특례 상장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 탄생을 유도해 바이오 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집중하면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모순과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청년일보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에게서 ‘기술특례 상장’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왔고, 현재는 어떠한 문제점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지 자세히 살펴봤다.
◆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산업 발전 ‘원동력’…“바이오 벤처의 자금 문제 ‘해결’”
먼저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특례 상장을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되어준 제도라고 평가했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정부 출연 연구소 연구원나 대학병원 교수들이 창업하기 시작하면서, 바이오 벤처들이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들 기업이 상장하려면 매출 구조와 수익성 요건(경상이익)을 비롯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했다. 또 정부의 R&D 지원도 임상시험 비용까지는 지원해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신약 개발 특성상 최소 10년 이상 걸리고,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인 대규모 임상(2·3상)을 진행하려면 글로벌(다국적) 임상시험 형태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 상당 규모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아니라면 감당하지 못하는 대규모 임상 비용을 벤처 수준에서 해결하기에는 요원한 상황에서 바이오 벤처들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바로 ‘기술특례 상장’이었다.
자칫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들이 태동 단계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기술특례 상장’이 바이오 벤처들에게 전임상을 비롯한 임상시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등을 대상으로 라이선스 아웃(기술 이전)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기술특례 상장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발전의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이승규 부회장은 “기술특례 상장은 Lab(연구실) 단계에 있던 기술을 바이오산업 시장에서 관심을 보이는 상업화 단계까지 끌고 오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벤처들이 혁신기술을 시장에 런칭할 때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산업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면서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법차손, 상장 유지하려면 신약 개발 포기하게 만드는 ‘모순’…“글로벌 관점에 맞게 개선해야”
이처럼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기술특례 상장’ 제도이지만, 이제는 시대 변화와 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술특례 상장’도 한계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바이오 산업계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으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하 법차손)’ 문제를 꼽고 있다.
‘법차손’은 사업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손실 규모에서 법인세를 차감하기 전 수치를 말한다.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 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경우 3년의 유예기간이 지난 뒤부터 법차손 요건 미충족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성 특례를 통해 상장한 이후부터다. 상장 이후부터는 일반 상장을 통해 상장한 기업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과 수익을 확보해야만 상장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데, 연구·임상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 손실 규모가 커질 경우 법차손 기준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 벤처들이 확보한 자금을 신약 개발에 온전히 투자할 수 없으며, 오히려 투자받은 자금으로 상장 유지를 위해 본업과 상관없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거나 M&A를 통해 기업의 외형을 키우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승규 부회장은 “법차손을 비롯해 우리나라 상장제도가 제조업과 일반 투자자 보호 중심으로 마련돼 있어 매출 등의 요건을 깐깐하게 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상장 유지를 위한 매출을 창출하려면 신약 개발을 통해 수익처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구를 진행해야 하나, 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으로 법차손 문제가 발생해 상장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것이 현재 바이오 상장사들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 기업·펀드들이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법차손 등 비합리적인 제도들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도 글로벌 관점에 맞게 법차손 등의 문제를 개선해 외국의 대규모 펀드 등이 우리나라 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국내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해외는 수익 요건 떠나 ‘가치’만으로 평가…이제는 시장 논리에 맡겨야”
이처럼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승규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도 미국 나스닥과 같은 유연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출 기준과 법차손을 없애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과 유동성 요건 등을 충족하면 상장 유지가 가능하도록 개선한 뒤, 시장 논리에 따라 평가를 받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맞지 않는 획일화된 회계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 기술성과 사업성이 명확한 파이프라인 등에 한해 개발비의 자산 인정을 허용하는 등 R&D 비용의 자산화 기준을 유연하게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외국 투자 ▲기술 이전 ▲인수합병(M&A)을 활성화시켜 바이오 업체들의 자금 수혈을 원활하게 해 국내 바이오 산업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승규 부회장은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의 애로사항도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은 기업과 일반 주주들이 소통하는 장인 만큼, 상장사라면 일반 주주들을 위해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혁신 기술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술임을 강조, 일반 주주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나 투자하려는 회사 및 관련 기술에 대해 공부한 다음에 투자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연구개발비(R&D)의 비용처리 제도 개선을 통해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 벤처들이 보다 기술 개발에 집중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혁신 기술과 기존 산업을 계속 하나로 묶어 운영하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혁신기술은 혁신기술대로, 기존 산업은 기존 산업대로 분리해서 맞춤형 제도를 마련해 각 산업 분야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 시장에서 소통하면서 발전·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일반인들이 건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준 뒤, 시장에게 맡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