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의 유배당 보험 회계처리 논란과 관련해 그간 예외를 인정했던 ‘일탈회계’ 중단을 결정하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안도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회계 정책 변경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내에서는 금융당국이 회계의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1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의 일탈회계 적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생보사들이 예외적으로 ‘계약자지분조정’이란 별도 항목으로 분류해 온 부채는 재무제표 본문에서 사라지면서 회사 ‘자본’에 흡수된다.
이번 회계 논란은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아갈 몫을 앞으로 장부에 부채로 따로 표시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앞서 국내 생보사들은 1980~1990년대 유배당 보험상품을 판매했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사가 보험료로 운용한 투자수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이에 생보사들은 이익 중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을 별도 항목으로 표시해 왔다.
하지만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IFRS17에는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이에 금감원은 계약자 몫을 장부에 따로 표시할 근거가 사라지자 지난 2022년 말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의 예외를 인정하는 일탈회계를 허용했다.
올해 들어 한국회계기준원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이 일탈회계를 통해 유배당 계약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당국도 예외 적용을 지속할 경우 국제 기준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계약자 보호 취지조차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일탈회계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즉, 금감원은 동일한 사안을 놓고 3년 전의 판단을 뒤집은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상화 조치로 인해 유배당 계약자 몫을 장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금감원이 예외 적용을 허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장부에서 계약자 몫의 표시가 사라지면서 일반 투자자나 계약자들이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금감원은 재무제표 주석을 통해 명시하기로 했으나,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깜깜이 회계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보험업계는 이번 일탈회계 이슈가 회계오류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정책변경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도 지난 2022년 당시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현재 새 회계기준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 맞게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주장해 온 회계 오류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탈회계 논란은 금융당국의 정책 변경이기 때문에 앞으로 유사한 혼선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일탈회계와 관련해 삼성생명이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탈회계는 삼성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문제였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탈회계는 과거 유배당 상품을 판매했던 주요 대형 생보사들의 공통적인 회계처리 문제”라며 “단지 그 규모가 다른 생보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삼성생명이 주로 언급된 것으로, 이번 질의회신 절차도 생보협회가 질의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유사한 논란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의 일관성 있는 회계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회계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금융사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회사 입장에서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최근 1~2년 사이 IFRS17 실무 적용 과정에서 여러 가정과 해석이 바뀌거나 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회사는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축한 시스템과 모델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배당보험 회계처리 이슈 역시 계약자지분조정 별도 항목 분류가 허용됐다가 이후 다시 회계 정책이 바뀐 것으로 금융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박상섭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