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태광그룹이 이호진 회장의 구속 기간 동안 사실상 그룹의 경영을 총괄, 지휘했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맞물려 태광그룹은 대대적인 내부감사를 통해 그룹 보험계열사 중 한 곳인 흥국화재의 전임 임원들을 배임혐의로 고발조치 하는 한편 김 전 의장과 특수(?)관계로 특별이익을 제공받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손사해사정업무(이하 손사업무)를 맡아온 하청업체에 대해 사실상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등 일종의 청산작업을 진행하고 나섰다.
하지만 배임혐의로 고발된 임원들은 현재 경찰의 수사결과 무혐의 처리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무리한 감사로 인해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손사업무 하청업체의 경우 김 전 의장과 무관했다는 사내 의견도 묵살 한채 사실상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해당 업체는 금전적 손실에 악성 루머에 시달라는 등 2차 피해까지 야기되면서 경영상의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흥국화재의 다소 무리한 처신을 두고 김기유 전 의장의 비위 적발에 몰두하고 있는 태광그룹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또 다른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흥국화재, 손사업무 위탁업체 입찰 개시...히츠손사, 태광그룹 감사서 김기유發 '유착의혹'에 모두 탈락
11일 법조계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지난달부터 '장기보험 손해사정 위탁업체 선정' 을 위한 입찰 공모작업을 진행하고, 내년부터 해당업무를 수행한 업체들의 선정작업을 완료했다.
약 한달여 간 진행된 입찰에는 기존 손사업무를 수행했던 히츠손해사정과 에이치엔티, 에이원손해사정, 국제손해사정, 바른화재손해사정, 탑손해사정 등 6개사와 토털손해사정과 베스트손해사정, 파란손해사정, 인스비전손해사정 등 4개사가 신규로 참여했다.
우선 정보입력 및 사고조사 위탁 건은 기존 6개사 중 유일하게 히츠손해사정(이하 히츠손사)이 탈락됐고, 나머지 업체들은 재계약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진행된 소액 및 중심도 심사 등 손사업무 위탁업체 선정 건에서도 히츠손사는 예상대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를 두고 내외부적으로 업무 성과가 우수하다고 평가 받아온 히츠손사가 모두 탈락된 점을 두고 적잖은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선정 결과를 두고 다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특정 업체 죽이기'란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히츠손사는 과거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던 시절 흥국화재와 수의계약을 통해 장기보험 손사업무 위탁업체로 선정된 곳이다. 하지만 김 전 의장과 태광그룹간 김 전 의장의 횡령 및 배임혐의 등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그룹이 대대적으로 진행한 내부감사에서 김 전 의장으로부터 특별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제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룹의 내부 감사 결과 히츠손사는 지난 2017년 흥국화재와 장기보험 손사업무를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낙찰 받았고, 수수료 역시 여타 경쟁사 대비 높게 책정되는 등 김 전 의장 재임시절 부당한 특별이익을 제공 받아 흥국화재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태광그룹은 이 같은 내부감사 결과를 토대로 흥국화재측에 사실상 히츠손사에 대한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히츠손사의 경우 현재 손사업무를 위탁한 삼성생명 등 여타 보험사로부터 업무 성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탁월한 업무 성과 평가에 위탁 수수료 역시 여타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을 제공하고 있어 국내 상당수 보험사들이 위탁 계약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히츠손사는 삼성생명과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으로부터 업무성과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히츠손사의 경우 위탁 받은 보험사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흥국화재 역시 내부적으로 성과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태광그룹이 실시한 전 계열사 내부 감사에서 김기유 전 의장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는 등 논란에 휘말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감사 후 작성돼 이호진 회장에게 보고된 보고서엔 이 같은 내용이 적시됐을 것"이라며 "흥국화재 입장에선 히츠손사의 업무 성과보다는 이미 이 회장에게 보고된 감사 지적 사항이 잘못됐다고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흥국화재 내부에서는 송윤상 대표이사를 비롯해 장기보상 실무진들도 히츠손해사정의 업무 성과에 대해 우수하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실무진의 경우 프리젠테이션까지 실시하면서까지 히츠손해사정의 공적을 피력했고, 히츠손사의 김 전 의장과의 유착관계 역시 무관하다는 점을 알려졌지만 이 같은 내부 의견들은 모두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한 임원은 "최근 흥국화재가 실시한 손해사정 업무 위탁 선정 입찰의 경우 사전에 히츠손사는 배제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이의제기 등 발생할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요식행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특히 김 전 의장과 엮여 고발된 임원들의 배임혐의 사건의 주체가 히츠손사라는 것이고, 실제로 히츠손사의 대표가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까지 받는 등 표적이 된 상태에서 이를 뒤집고 히츠손사와 재계약을 한다는 게 가능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히츠손사측은 지난 6월께 흥국화재로부터 내년 재계약이 어렵다는 비공식 통보를 받는 한편 흥국생명의 손사업무도 계약이 종료됐다. 특히 히츠손사는 흥국생명으로부터 기 진행된 업무에 대한 수수료 중 약 4000만원이 일방적으로 삭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흥국화재측은 "히츠손사는 계약 체결 당시 신생업체인데다가 수의계약을 통해 업무를 위탁받는 등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면서 "수수료도 높았다는게 내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업체로 이번에 흥국화재의 장기손사 위탁업체로 재선정된 H&T손사의 경우 첫 계약 체결 당시 히츠손사보다 늦게 설립된 신생업체인데다가 수수료 역시 히츠손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흥국생명의 중심도 심사에 대한 수임료는 히츠손사의 경우 1만원인 반면 H&T손사는 1만 4000원이다.
금융당국 전 관계자는 "종합검사 및 부문검사시 위탁업체와의 계약에 대한 절차준수, 공정성 및 타당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본다"면서 "검사 과정에서 부적절성 등 문제가 발견되면 제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임공모 '무혐의'로 드러나고 있지만, 그룹 감사내용에 반기는 역린(?)..."억울한 피해자만 양산" 빈축
흥국화재의 이 같은 처신을 두고 좀 처럼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흥국화재 실무진 등 내부 및 업계 일각에서는 김 전 의장과 임원들의 배임공모 혐의와 그 주체로 엮인 히츠손사를 둘러싼 그룹 감사 지적 사항들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애꿏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정황들이 묵살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 감사에서 히츠손사 등 배임 공모 혐의 가능성을 지적하고 이호진 회장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고 내용이 틀렸다는 점을 이 회장에게 수정해 보고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감사보고서상 사실과 다른 점을 보고했을 경우 이 회장이 감사의 허술함을 지적한다면 더 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송윤상 대표 등 그 누구도 감히 그럴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고, 결국 이들의 회피로 인한 피해는 이들 임원들과 히츠손사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그룹의 내부 감사 결과에 대한 객관성 및 정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셈으로, 김 전의장의 비위 확보를 위한 무리한 감사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와 피해업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등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배임혐의로 고발 조치된 임원들은 무혐의 종결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경찰 조사 결과도 태광그룹이 히츠손사에 제기한 김 전 의장과의 이해관계 및 공모 혐의는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흥국화재는 지난 2017년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손사업무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했으나,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자회사 설립 추진이 녹록치 않아 전속으로 업무를 처리해줄 업체가 필요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요건과 달리 기존 법인손사업체들은 전속 계약이 쉽지 않아 히츠손사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장기보상 총괄 임원이 메리츠 출신이었고, 대표이사는 KB손해보험 출신이었기에 이해상충 문제를 감안해 두 회사 출신이 운영하는 업체를 배제하고, 대형 보험사 출신이 운영하는 업체를 찾던 중 히츠손사와 연결이 됐고, 적합하다고 판단해 위탁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츠손사의 손모 대표이사는 DB손해보험에서 장기보상 실무를 수행해오다가 지난 2017년 히츠손사에 합류했다.
◆히츠손사측 "전속법인 필요하단 요청에 수용"...특별이익 제공 등 배임 의혹에 "되레 적자 심화" 반박
흥국화재의 특별이익 제공을 통한 배임 지적에 대해 히츠손사측은 강하게 반박했다.
히츠손사의 손상준 대표는 "흥국화재측에서 여타 경쟁사 대비 수수료를 높게 받고, 수의계약을 통해 업무를 위탁받아 부당하게 계약이 체결됐다고 지적하는 듯 하다"면서 "평균 수수료를 비교해보면 여타 손사업체 대비 높지 않고, 수의계약 또한 계약 체결 당시 해당업무를 전속으로 처리해줄 업체가 없어 양사간 합의하에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당한 특혜이익을 제공했다며 흥국화재 전 장기보상담당 임원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는데, (우리 회사의 경우)흥국화재로부터 업무를위착 받은 후 되레 적자가 심화된 상태"라며 "임원들 배임혐의 사건에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건 사실로, 당시 수사관에게도 말도 안되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하고 왔다"고 지적했다.
손 모 대표는 김 전 의장과 흥국화재 임원들과 배임공모 의혹에 대해 갑갑한 심정을 토로했다.
손 대표는 "지난 2017년 흥국화재와 계약 체결 당시 DB손해보험의 위탁업무에 집중할 계획이었으나, 흥국화재측이 전속으로 업무를 처리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태광그룹의 주장대로)특별 이익을 제공 받았다면 누적 적자가 심화됐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명확한 것은 김 전 의장과 만난 적도 없고 아는 바도 없는데 마치 유착관계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도모한 것처럼 주장하는 건 억지에 불과한 것으로, 이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횡포이자 착실하게 일궈온 기업 하나를 손쉽게 죽이는 행태라로 밖엔 볼 수 없다"면서 "정말 그룹의 내부 감사가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객관적인 사실만을 추려내 이호진 회장에게 보고를 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입찰에 탈락하자 악성 루머까지"...대기업의 무책임한 행태에 힘없는 중견기업 "악소리"
흥국화재와 수년간 손사업무 위탁계약을 유지해온 히츠손사가 재계약에 실패하자 국내 손해사정업계 일각에서는 해외법인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재계약 탈락 가능성 등 악성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손사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히츠손사의 경우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인건비 등 비용 절감된 부분을 수수료에 반영,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손해사정업체들로부터 극심한 견제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심지어 히츠손사의 수수료 덤핑에 일부 손해사정업체들도 해외 법인 설립을 검토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SKT 정보 유출 사태 등이 터지면서 히츠손사에 대한 해외법인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는 등 견제가 심화됐다"면서 "최근 흥국화재의 위탁업체 선정에서 탈락되자 베트남 법인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탈락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히츠손사 손 대표는"흥국화재의 위탁업체 선정에 탈락되자 베트남 법인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배제됐다는 악성 소문이 나돌고 있는 듯 하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무근으로, 2차 가해로 밖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장과 공모 의혹 등 태광그룹측의 일방적인 의혹과 주장도 억울한데 악성루머까지 번지면서 암담한 심정"이라며 "흥국화재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비용절감을 통해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에 기여했는데 참담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히츠손사측은 태광그룹에 감사내용 중 잘못 된 부분에 대해선 바로잡아 줄 것도 당부했다.
손 대표는 "흥국화재로부터 부당한 특혜이익을 제공받고, 김 전 의장과의 관계설 등은 지나친 의혹이자 허위주장"이라며 "되레 보험금 부지급률 등 내부 성과를 보더라도 흥국화재는 히츠손사의 베트남 법인에 업무를 위탁하게 되면서 연간 10억원 상당의 손해조사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절감 부분을 감안, 이를 IFRS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연간 280억원 가량의 사업투자 비용을 날리게 되는 것"이라며 "정작 감사실의 지적대로라면 되레 태광과 흥국화재 경영진들은 회사에 손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 되는 만큼 이게 배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배임혐의로 고발된 임원들이 무혐의로 최종 처리되고, 해당 업체 역시 의혹를 해소된다면 금전적, 정신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인 및 중소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경우 장기간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흥국화재측이 도의적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배상을 해준다면 양측간 합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사안의 경우 대기업인 흥국화재가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소송을 하게 된다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이 개인 및 자본이 열악한 중소업체를 상대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법적 처벌까지 요구할 경우에는 그만큼 신빙성 있는 근거를 확보, 제시할 수있을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의혹을 제기한 정도였고, 결국 그 의혹들이 완전히 해소된다한들 이들이 입었을 피해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김양규 / 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