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주식 마케팅 중단 논란...보호인가, 통제인가

등록 2026.02.09 08:00:06 수정 2026.02.09 08:00:16
신정아 기자 jashin2024@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국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펼쳐온 해외주식 거래 이벤트가 속속 중단됐다. 메리츠증권은 올 연말을 기한으로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던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이달 종료했다. 키움 증권도 자사 텔레그램 채널인 ‘미국주식 톡톡’ 운영을 중단했다. 이는 미국 주식 정보를 주제로 한 채널로, 지난 7년간 국내 최대 규모로 운영돼 왔다.

 

이 외 미래에셋증권 및 삼성증권, 토스증권도 현금성 마케팅을 비롯해 수수료 환급 서비스, 해외 투자 프로모션 등 해외투자 관련 이벤트를 전면 중지한 상태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내건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은 이를 명분으로 증권사들의 해외 영업을 제지하고 나섰다. 해외 주식 및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투자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보호를 비롯해 리스크관리의 적정성 등을 확인한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이 손실계좌이며,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서도 개인투자자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최근 몇 년 간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한편 올 들어 11월까지 주요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총 1조9천억원가량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올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 등을 중단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그동안 해외주식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수익률 홍보와 과도한 이벤트 경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응이 필요하다면 영업 전반을 규제하는 일괄 제동보단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지 않았을까. 완충 없이 바로 강제적 개입책을 택한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최근 몇 년새 빠르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2020년 말 700억달러 수준에서 2024년 말 1천500억달러를 넘어섰다. 거래대금 역시 지난해 하반기 3조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권사 입장에서 해외투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투자자 입장에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수단이었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선 금융당국의 조치를 보호가 아닌 선택권 제한으로 인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감원에는 해외투자 개입 및 규제 중단 요청에 관한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투자자 보호를 앞세운 투자자 이익 침해를 중단해달라 요구했다. 수수료 및 환전 혜택은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며 이를 강제로 없애는 건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가중한다는 주장이다.

 

투자손실 가능성은 해외주식만의 특성이 아니라 모든 투자에 내재된 속성이다. 손실 계좌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 대한 접근 자체를 제약하는 것은 위험 관리라기보다 과도한 규제에 가깝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투자 위험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야지 선택지를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증권사의 영업을 축소하기 앞서 투자자 교육이나 연관 정보의 질 향상이 우선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한편 금융당국이 해외 영업을 규제한 배경에는 ‘환율’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위협할만큼 치솟으면서 그 요인으로 해외 투자가 지목되면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유관기관들과 함께 외환시장 여건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영업 행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서학개미를 언급한 바 있다.

 

환율은 거시경제 변수다. 이에는 금리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 외국인 자금 흐름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이를 단순히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와 연결지어 민간의 영업 활동에 개입하는 건 비약적인 측면이 있다. 증권업계 안팎에선 환율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해외 투자에 제동을 거는 방식이 과연 자본주의 원리에 부합하느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투자자 보호든 환율이든 정부 및 금융당국으로선 모두 예의주시할 문제다. 하지만 이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건 일률적 통제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 개입으로 이뤄짐이 바람직하다. 과연 이번 손질이 의도한 결과로 이어졌는지 그 효과성에 대해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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