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배터리 3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영향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캐즘(전기차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대신 시장 성장이 전망되는 ESS 사업의 수익성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1천22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지난해 4분기 각각 2천992억원과 4천4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 등에 따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이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자 배터리 역시 그 영향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해외 주요 지역에서 내연기관 퇴출 계획이 완화되는 등 전기차 캐즘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올해 배터리 3사는 ESS 사업을 통해 올해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ESS에 집중하는 이유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재생에너지의 활성화 가속 등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수익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글로벌 ESS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85GWh에서 2035년에는 약 1천232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1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 및 총회에서 "EV로 북미 쪽에 투자를 많이 했다. 자산들을 활용해 지금 급증하고 있는 ESS 수요를 많이 흡수하려고 하고 있다"며 "수주 활동, 개발 활동 그리고 생산 활동 세 가지를 열심히 해서 최대한 실적을 올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사는 북미 등 해외 주요 지역에 생산 거점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미시간 랜싱 공장은 올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하이오에 위치한 혼다 합작공장의 경우 파트너사와 협의를 통해 올해부터 일부 EV 라인을 활용한 ESS 제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은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했다.
넥스트스타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와의 캐나다합작 법인이었다. 다만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 보유 지분 49%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이밖에도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중국 남경 공장 등 해외 곳곳에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ESS 사업의 매출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수주 목표는 90GWh 이상이다. ESS 생산능력은 약 60GWh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 중 북미 비중을 50GWh 이상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SDI 역시 ESS 시장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체 성적은 부진했지만 ESS 부문은 매출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이 회사는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풀가동과 각형 LFP 배터리가 적용된 SBB 2.0의 미국 현지 양산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미국 현지 양산을 통해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확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SK온의 경우 ESS 사업에서 20GWh 이상의 수주를 목표한다. 이 회사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과 창출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말 포드와의 블루오벌SK(BOSK) 합작 체제를 종료한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독자 운영해 ESS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상업 가동 목표 시기는 2028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같은 경우 ESS에 포커스를 더 맞춘다고 했을 때 전기차에서 발생한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다고 당장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상황이 어려운 만큼 이런 부분에서 기회를 노려야 반등 시기가 빨라지지 않을까 한다"며 "당장 업황이 어렵다는 측면도 있지만 ESS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기차 캐즘 해소 이후에도 중요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향후 가장 큰 수익원은 전기차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뒤를 쫓는 것이 ESS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ESS 같은 경우 AI 시장이 커짐에 따라서 데이터 센터를 얼마만큼 짓냐에 따라서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