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은 옛말"…취업난 속 2030 '공시 열풍' 재점화

등록 2026.02.18 08:00:00 수정 2026.02.18 08:00:08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올해 9급 공채 경쟁률 28.6대 1…지원자 절반은 '20대'
신입보다 경력직 선호하는 민간 시장…청년층 공시 쏠려

 

【 청년일보 】 한동안 주춤했던 '공시(공무원 채용시험) 열풍'이 2030 청년층 사이에서 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선발 인원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몰리면서 경쟁 강도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학계에선 이같은 원인을 두고 청년층 사이에서 취업난과 공무원 처우 개선,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젊은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몰되는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용 절벽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방증인 동시에,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공채 선발 예정 인원은 3천802명으로 총 10만 8천718명이 지원하며 평균 경쟁률 28.6대 1을 기록했다. 선발 인원이 전년(4천330명) 대비 감소한 반면 지원자는 3천607명 늘어났다.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4년(21.8대 1) 이후 지난해(24.3대 1)를 거쳐 2년 연속 반등한 수치다.

 

직군별로는 과학기술 직군이 38.3대 1, 행정 직군이 27.4대 1을 기록했다. 과학기술 직군에서는 시설직(시설조경)이 18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행정 직군에서는 행정직(교육행정)이 509.4대 1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원자 평균 연령은 30.9세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별로는 20~29세가 5만5천253명(50.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39세 4만162명(36.9%), 40~49세 1만1천69명(10.2%) 순으로 나타나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공직 선호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청년층의 집중 현상에 대해 학계에선 연봉 인상을 포함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무원 보수 및 수당 규정' 개정안은 올해 공무원 보수를 3.5% 인상하고, 특히 저연차 실무 공무원의 처우를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 따라 올해 9급 초임(1호봉) 보수(봉급 및 수당 포함)는 지난해보다 월 약 17만원(연 205만원) 인상된 연 3천428만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그간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저연차 공무원의 급여 체계를 현실화함으로써, 민간 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공직의 매력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고용 불안감이 청년들을 다시 공직으로 이끌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술 혁신으로 민간 영역의 사무직 일자리가 위협받으면서, 신규 채용 시장이 얼어붙자 상대적으로 업무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최후의 보루'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7월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재효(32) 씨는 "지난해 퇴사를 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지만 높은 구직 문턱을 체감한다"면서 "당장의 연봉보다도 확실한 정년이 보장되고 처우 개선 소식까지 들리는 공직이 합리적인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AI 도입으로 향후 노동 시장의 신규 일자리 창출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취업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간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위주로 시장을 재편함에 따라 대학 졸업 후 진로가 불투명해진 청년들에게 공직이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손실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임 대표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매몰되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낭비"라면서 "경쟁률이 치솟을수록 수험생들의 준비 기간과 투입 자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인재들이 경제 활동의 선순환 구조에 들어오지 못하고 정체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짚었다. 

 

원규희 열고닫기 대표는 "AI 기술 확산과 자동화 전환이 맞물리면서 일부 직무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그 속도에 비해 개인이 준비하고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다"면서 "청년 입장에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지금 쌓는 경력이 몇 년 뒤에도 유효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응시 인원이 늘어난 것은 이런 구조적 불안의 반영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공공 서비스의 안정적 유지는 국가 운영의 필수 요소지만, 우수 인력이 특정 안정 직군에만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은 자칫 민간 영역의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민간 부문에서도 명확한 성장 로드맵이 제시되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이 가능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된다면, 공직으로의 과도한 쏠림은 자연스럽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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