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이 다소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미 현실화된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일상 소비재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류비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반 자동차에 사용되는 휘발유 뿐만 아니라, 화물 트럭 등 상용차에 사용되는 경유 등에 대한 강력한 가격 통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이 지난 이틀 동안 중동에서의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기쁘게 전한다"며 "심도 있고 구체적이며 건설적인 대화 분위기에 비추어,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도록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 측에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가장 큰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같은 경고는 중동 전쟁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고조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해왔다.
중동·아라비아 국가의 전력 발전 시설은 단순한 가정용 전기 공급을 넘어 일상 유지에 필수적인 담수화 시설은 물론, 이들 국가의 '생명줄'인 원유 채취 시설에 반드시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발전소는 군사 목표물이 아닌 '민간 시설'로 분류돼 국제법 위반 소지도 다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동 전쟁이 한 단계 고조될 수 있는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여지를 남기면서 긴장감은 다소 완화됐지만, 전쟁의 부정적 여파는 국내 유통업계에 현실화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동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 물류비용이 운송하면서 일상 소비재의 물가가 인상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소비재가 생산되고, 실제 판매 지역으로 이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는 소비자 판매가 결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물가 인상 요인은 유통업체가 어느정도 손실을 감수하면서 억제할 수 있지만, 물류비는 사정이 다르다"라며 "물류비 인상의 여파는 즉각 그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영향이 소비자 판매가에 반영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귀띔했다.
실제 화물 트럭 등 상용차에 사용되는 경유의 가격은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급등하고 있다. 이달 3월 기준 경유는 3년 3개월 만에 1천800원 선을 돌파했다. 25일 기준 경유는
경유 가격 인상에 따른 상용차주의 어려움도 현실화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대형 화물 트럭을 운용하는 한 상용차주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약 2주간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연료비가 크게 상승했다"며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차량 운용비용의 약 60% 정도가 연료비로 소모됐었는데, 최근에는 이 비율이 70%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정상적인 화물 운송을 할 수 없게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화물 운송으로 거둬들이는 수입보다 연료비를 포함한 유지비가 더 많이 든다면, 차라리 차량을 움직이지 않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인천 항만 지역에서 화물 트럭을 모는 또 다른 상용차주도 "화물 트럭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상시 고려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비용은 단연 연료비"라며 "실제 화물차주들이 조금이라도 더 값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서 출·퇴근시 시간을 소모하며 인근 주유소를 모두 돌아다니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 상용차주 중 전쟁이 끝날 때까지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겠다고 선언한 이들도 많다"라며 "연료비가 인상되고, 운송을 수행하는 상용차주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물류비는 상승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연료비 인상으로 상용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이들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유통업계의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편의점 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상품기획자(이하 MD)는 "이미 물류비 인상에 대한 여파로 기본적인 상품 기획은 물론 소비자 판매가 결정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많은 인력을 투입해 준비한 신상품도 이로 인해 출시 시기를 다시 조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대형마트의 또 다른 MD도 "상시 할인이 필수적인 대형마트 사업에 있어 물류비 인상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형마트 업체가 최근 주력 상품군으로 역량을 쏟고 있는 신선식품의 경우 안그래도 기본적인 물류비 단가가 높은데, 최근 들어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일상 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재의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 가격 억제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유가 상승이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물류비 인상은 불가피한 구조"라며 "특히 국내 물류 시장은 화물차 중심의 육상 운송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경유 가격 변동이 전체 물류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일부 물류업체와 화주가 비용 상승분을 분담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완충 국면이 길어질수록 결국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운임이 오르는 순간 유통업체는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물류비가 한 번 상승하면 다시 낮아지기 어려운 '하방 경직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단순한 유가 변동을 넘어 구조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향후 소비재 가격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인상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특히 신선식품이나 저마진 상품 비중이 높은 유통 채널일수록 물류비 상승의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난다"며 "이들 품목은 가격 전가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업 수익성 악화와 소비자 가격 인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부담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유가 상승은 단순 비용 증가를 넘어 유통업체의 가격 전략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변수"라며 "이미 내수 부진으로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을 유지하면 마진이 훼손되는 이른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결국 일부 품목부터 선별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중저가 소비재와 신선식품 중심으로 가격 변동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하반기에는 보다 광범위한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