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교섭이 평행선을 달리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상회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성과급 안을 제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노조 측의 거부로 교섭이 중단된 것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근본적 개편이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사측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는 '특별 포상'안을 제시하며 타협점을 모색했다. 특히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경영성과 개선을 전제로 최대 OPI를 75%까지 지급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반도체 사업 전반에 걸친 보상 격차 완화를 통해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노조는 OPI 상한의 완전 폐지와 함께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전환하고, 이를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의 명문화를 요구했다.
조합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 가치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기술 경쟁의 열세를 극복하고 최근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 인력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 체계를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조 측 요구안이 지닌 실행상의 한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조 측의 배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 직원들의 성과급이 급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특정 사업부에만 연동된 보상 극대화가 자칫 타 사업부 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조직 내 결속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측이 '업계 최고 대우'를 공언하며 전향적인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교섭 자체를 중단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보다 강경한 요구 관철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합의점 도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향후 노사 간 신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평행선 끝에 노조는 이달 중순 경기 평택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5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경 투쟁 노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파업이 단행된다면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으로,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역대 두 번째 파업으로 기록된다.
문제는 시기적 엄중함에 있다. 반도체 업황 부진기였던 2024년 당시와 달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올해는 파업의 파급력이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일시적인 조업 중단조차 천문학적인 손실과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집단행동이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과 그에 따른 손실은 이루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엔진이자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기도 하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실질적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야 한다. 조직 전체의 미래와 조합원 모두의 실익을 고려해 타협점을 찾는 진정성 있는 결단을 보여주길 바란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