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 국내 투자액만 130조원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는 전체 투자금액 180조원 가운데 90%인 160조원의 투자를 집행, 혁신성장에 기여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회동한지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은 "경제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직접채용 4만명을 포함한 70만명의 직·간접 고용유발을 계획했다"며 투자와 고용, 상생방안 등을 8일 일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신규투자 확대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사업 육성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 △상생협력 강화 등이 주요 골자다.
◇ AI·5G·바이오·전장부품 4대 미래성장사업에 25조 투자
특히 삼성전자가 미래성장동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만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30조원이 투입되는 평택 반도체 2라인 신설을 비롯해 평택 3·4라인과 디스플레이 증설 투자 등을 합해 삼성전자에서만 향후 160조원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실행한다.
또한 혁신성장을 위해 대학 등 연구기관과의 산학협력을 기존 4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삼성과 거래가 없는 기업을 포함한 2500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5년간 일자리 1만5000개를 창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1~2차 뿐 아니라 3차협력사에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협력사 지원규모를 총 4조원으로 늘린다.
삼성 측은 "회사의 투자·고용 수요와 미래 성장전략, 삼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조화시켜 △경제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삼성의 혁신역량과 노하우를 사회에 개방·공유하며 △오랫동안 지속돼 성과가 입증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상생협력을 확대해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의 실행과 지속 가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은 파격적이다. 실제 채용계획 상 3년 간 고용 규모는 약 2만~2만5000명 수준이었지만, 최대 2만명까지 채용을 더 늘린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부응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의 국내 130조원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를 계산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40만 명 △생산에 따른 고용 유발 30만 명 등 약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삼성은 중소기업과 청년, 국가경제의 지속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청년 취업준비생 1만명에게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채용 기회와 연결한다. 이를 위해 지방을 포함한 전국 4~5곳에 교육장을 마련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한다. 삼성의 강점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활용해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첫 해는 1000명 수준으로 시작하고 교육 기간 중 교육생들에게는 매월 일정액의 교육지원비가 지급된다. 성적 우수자들에게는 삼성 관계사의 해외 연구소 실습 기회를 부여하고 일부는 직접 채용을 검토하는 한편, 국내외 기업 취업을 적극 지원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으로,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삼성과 중소기업, 청년이 윈윈(Win-win) 할 수 있고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제조공장 효율화를 지원하는 '스마트팩토리 4.0'에도 향후 5년간 1100억원을 조성해 1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협력사 지원프로그램도 1조원 늘린 4조원을 투입한다. 또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 지원을 위해 인건비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상생 노력을 지속한다. 2018~2020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분은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 4만명 직접고용과 취업준비생 지원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 발표를 두고 정치적 해석이 나올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삼성의 투자 발표를 두고 고용·투자쇼크에 다급해진 정부가 삼성에 'SOS'를 보냈다는 잡음이 일긴 했지만, 진정성을 갖고 당초 방침대로 계획안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부터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로 자체 준비한 투자계획이기에,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예정대로 계획안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인도 순방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일자리와 투자 확대를 당부 받은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와의 회동에서도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 삼성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자리 창출로 진정성을 보이겠다는 메시지였다.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 발언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재계 1위이자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의 위상에 걸맞은 채용 확대와 상생 및 투자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