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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골든 아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 청년일보 】 매년 3만 명 넘는 심정지 환자가 쓰러지는 나라. 그러나 10명 중 9명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응급구조학 심폐소생술 실습을 공부하다 보면 '골든아워'라는 단어를 정말 자주 듣게 된다. 심정지 이후 4~6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10분이 넘어가면 소생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119 신고 후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약 7~8분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그 공백을 누가 채워야 할까? 놀랍게도, 그 답은 '전문가'가 아니라 '옆에 있는 시민'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총 3만3천34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64.7명꼴이었다. 하루 평균 90명 이상이 길 위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심장이 멎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전히 냉혹하다. 2024년 급성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9.2%로, 조사 시작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라는 표현이 반갑기도 하지만, 뒤집어 보면 여전히 10명 중 9명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딱 하나의 변수가 이 결과를 바꾼다.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일반인 CPR 시행률은 30.3%였는데, CPR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14.4%로, 받지 못한 환자(6.1%)의 두 배가 넘었다. 뇌 기능 회복률은 무려 3.3배 차이가 났다. 전문 장비도, 의료 면허도 없이, 그냥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는 행위 하나가 생존율을 이렇게 바꾼다.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국내 병원 밖 심정지 환자 7만6천505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응급실 이송까지 30분을 기점으로 환자의 생존율과 신경학적 경과가 뚜렷하게 갈린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Mayo Clinic Proceedings에 발표했다. 막연히 '빨리'가 아니라 '30분 안에'라는 구체적인 기준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그 30분 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구급대원이 아니라 현장에 먼저 도달한 목격자다.

 

그나마 희망적인 변화가 있긴 하다.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23년 처음으로 30%를 넘어 31.3%를 기록했고, 2024년에도 30.3%를 유지했다. 2008년 조사 시작 당시 1.9%였던 시행률이 16년 만에 이 수준까지 올라온 건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만 여전히 10명 중 7명은 아무 처치도 받지 못한 채 구급대원만 기다린다.

 

문제는 '교육 받지 않아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학교, 직장 CPR 교육이 의무화된 이후로 상당수 시민이 최소 한 번은 심폐소생술을 배운 적 있다. 그런데도 막상 눈앞에서 누군가 쓰러지면 손이 얼어버린다. "잘못하면 책임지는 거 아닌가?", "갈비뼈가 부러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 두려움은 근거가 없지 않지만, 법이 이미 구조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하다 발생한 손해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다. 최선을 다해 도우려 했다면, 법이 지켜준다.

 

2024년 기준 심정지 발생 장소 중 가정이 전체의 44.8%로 가장 많았다. 절반에 가까운 심정지가 응급실도, 공공장소도 아닌 가족 곁에서 일어난다는 뜻이다. AED(자동심장충격기)는 대형 마트와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지만, 심장이 멎는 장소의 절반은 그 기계가 없는 곳이다. 결국 가장 먼저 손을 써야 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있는 평범한 누군가다.

 

응급구조학과 학생으로서 실습을 거치며 느끼는 게 있다면, 골든아워는 구급차가 출발하는 순간이 아니라 심정지가 발생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현장에 도달하기까지의 공백을, 훈련받은 일반 시민의 두 손이 채워야 한다. CPR 한 번 배운다고 완벽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생존율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당신 곁에서 누군가 쓰러졌을 때, 당신이 그 사람의 골든아워가 될 수 있다. 그 사실 하나만 기억해도,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원현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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