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대형병원을 비롯한 몇몇 병원 현장에서는 키오스크 접수와 모바일 인증이 확대되면서 의료 이용 방식이 비대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됐다. 접수 창구 대신 무인 단말기 앞에 줄을 서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띄워 본인 확인을 하는 모습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의료정보 관리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있다. 병원 내부 행정 효율화를 위해 도입됐던 기존의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시대를 지나, 이제는 환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는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과거에는 병원 직원이 컴퓨터로 처리하던 영역이 이제는 환자 개인의 스마트폰 조작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의료정보 관리의 주도권은 '의료기관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이 흐름은 의료산업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매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의료·헬스케어 전시에서는 루닛, 뷰노 등 AI 기반 의료기업을 중심으로 개인 건강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대거 소개됐다. 일상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진단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취약계층의 '보건권 소외'를 막아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보건의료통합봉사회 현장에서는 스마트폰 인증이나 키오스크 조작에 실패해 진료 자체를 포기하려는 사례가 빈번히 관찰된다.
실제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71.8%에 불과해, 고도화된 의료 시스템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술적 장벽은 단순한 기기 조작의 서툶을 넘어, 정보취약계층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보건의료 서비스로부터 격리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진료 예약이나 건강정보 확인의 필수 전제가 되면서, 디지털 역량의 차이가 곧 의료 서비스의 질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실태다.
특히 건강보험과 같은 필수 공공서비스까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모바일 건강보험증 도입에 따른 QR코드 인증 절차나 앱을 통해서만 발송되는 맞춤형 건강검진 알림 등은 기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진료 접수 단계부터 거대한 장벽이 된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은 생존 및 건강 관리와 직결되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정보 활용의 불균형은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 구조적 건강 격차를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 정책 역시 기술 도입의 속도뿐만 아니라 디지털 소외계층의 실제 이용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PHR 서비스는 그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하며, 의료기관 내 보조 인력 배치와 오프라인 창구 유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공공 차원의 디지털 건강정보 교육 확대 역시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AI 시대인 지금, 의료 서비스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기술의 발전이 일부 계층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소외 없이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세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