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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人] "봉사는 나 아닌 수혜자 중심"…'15년 나눔의 기적' 고동민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주임

외로움이 '공감'으로…정서적 고립이 만든 봉사의 출발점
아동·노인·장애인까지…현장서 확장된 15년 실천의 기록
강연부터 기부까지…다양하게 넓힌 '나눔의 선한 영향력'
"필요에 답하는 봉사"…수혜자 중심 철학의 "현재진행형"

 

【 청년일보 】 세상을 바꾸는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누군가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시간'에서 나온다.

 

그 시간을 꾸준히 쌓아온 한 청년이 있다. 고동민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주임은 15년간 2천200시간에 이르는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단순한 누적 시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온기'의 기록이다. 그의 실천은 우리 사회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청년일보는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천해온 고 주임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정서적 고립에서 피어난 '공감의 씨앗'

 

고 주임의 봉사는 2011년 오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훨씬 이전, 어린 시절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어머니께서 투석 치료를 받으시면서 자연스럽게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친구들의 일상을 들을 때면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경험들이 오히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배경이 현재의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첫 봉사는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방과 후 학습 지원 프로그램 '햇살교실'이었다. 아이들에게 사칙연산을 가르치며 교육 격차 해소에 힘썼고, 이후 오산시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봉사의 지속성을 알리는 캠페인에도 참여하며 활동의 폭을 넓혀갔다.

 

◆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경계를 허문 실천

 

그의 봉사는 특정 대상에 머무르지 않았다. 세대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더욱 깊어졌다.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과 오산 힘찬요양원을 정기적으로 찾으며 100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냈다. 단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색종이 접기와 윷놀이 등 인지 자극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 물리치료사와 협업해 재활 운동을 돕는 등 보다 전문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점도 눈에 띈다.

 

고 주임은 "노인 복지는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이고, 장애인 복지도 마찬가지"라며 "현장에서 느낀 건 '도움' 그 자체보다 스스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후 성남시 한마음복지관에서는 장애 아동 보조 교사로 활동하며 사회 적응을 지원했고,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물품 판매에 나서며 자립 기반 마련에도 힘을 보탰다.

 

 

◆ 리더십으로 확장된 나눔의 외연

 

대학 시절에는 봉사의 경험을 조직과 사회로 확장했다. 대한적십자사 대학 RCY 경기도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초·중·고교를 찾아 총 53회 강연을 진행,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전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대학생 모임 'TOP-US' 활동 당시에는 성과 발표 대회에서 받은 1등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나눔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한 사례다.

 

특히 2019년 경기도 청년봉사단 사회문제분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군포시 노인복지관과의 업무협약(MOU)을 이끌어낸 '착한 이웃 리더 활동'은 대표 성과로 꼽힌다. 이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54가구를 발굴해 실질적인 지원으로 연결했다.

 

이 같은 공로로 오산시장 표창(2016),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2017), 국회 교육위원장상(2018), 서울특별시장상(2020) 등을 수상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현장의 봉사자'로 정의한다.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글·수학 교육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는 자율방범대원으로서 지역 안전까지 책임지고 있다.

 

◆ "봉사는 나의 만족 아닌, 수혜자의 필요"

 

인터뷰 말미, 그는 봉사에 대한 자신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고 주임은 "봉사는 나의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수혜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 정보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관련 자료를 찾아주는 것도 모두 그들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년 전, 상처를 안고 첫발을 내디뎠던 소년은 이제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2천200시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준 '기억의 총합'이다.

 

고 주임의 나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묵묵한 실천은 주변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나눔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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