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소방청이 추진 중인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이하 119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병원 전 응급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3년 말 국회를 통과한 119법 개정안은 당초 '응급처치 범위가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다' 는 단서 조항을 통해 직역 간 갈등을 좁히고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하위 법령인 시행령을 통해 간호사 자격 구급대원에게 1급 응급구조사와 동일한 업무를 전면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행정 추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일차평가' 생략된 40시간 교육…현장 전문성의 본질적 차이
응급구조학과 간호학은 교육 과정의 지향점이 명확히 다르다. 응급구조학은 사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환자의 생명 위협 요소를 파악하는 일차평가(Primary Survey)와 현장 전문 소생술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간호학은 병원 내 임상 간호(In-hospital)에 최적화된 교육을 바탕으로 한다.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는 "기관 내 삽관 등 고위험 침습 행위는 단순 기술 습득을 넘어 현장에서의 환자 상태 판단부터 합병증 즉각 인지와 대응까지 통합적 판단 능력이 필수적 행위이며 잘못 시행되면 수 분 내 저산소 뇌 손상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였으며 단 40시간의 추가 교육으로 전문 영역을 통합하는 것은 국가 면허 체계와 대학의 전문 교육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중대 사안이 이해당사자 간의 공식적인 공청회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는 점이 절차적 정당성 결여로 비판 받고 있다.
◆ 최근 3년 간호사 채용 비율 60.9%까지 상승…가속화되는 응급구조사 입지 위축
소방청의 무리한 직무 통합 시도와 편향된 채용 정책은 현장의 극심한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응급구조사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실제 소방방재신문의 2023년 보도에 따르면, 과거 4년간 소방 구급대원 입직 비율에서 간호사가 70.5%를 차지해 1급 응급구조사(29.5%)를 압도한 바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기형적인 채용 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방청을 통해 확보한 '최근 3년(2023~2025) 구급 분야 채용 현황'에 따르면, 간호사 비율은 2023년 59.4%에서 2024년 60.3%, 2025년 60.9%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반면 응급구조사의 합격 비율은 매년 감소하여 30%대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지원자 수의 차이와 불평등한 경력 요건이 존재한다. 매년 약 2만 명씩 배출되는 간호사는 병원 취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소방 특채 요건인 '2년 이상의 임상 경력' 을 쉽게 충족한다. 반면, 매년 2천 명 남짓 배출되는 응급구조사들은 병원 내 엄격한 업무 범위 제한으로 인해 필수 임상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얻기 힘든 실정이다.
결국 병원 내 인력난을 해결해야 할 정부가 간호사의 이탈은 방치하면서, 119구급대원을 목표로 현장 술기를 연마해 온 응급구조사들을 출발선에서부터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 환자 안전을 위한 합리적 제도 정립
119법 합의안을 무력화하고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시행령 추진은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을 행정 편의주의로 무너뜨리는 위험한 선례다. 특정 직역의 인력 운용 편의를 위해 수년간 구축된 응급구조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행정은 결국 환자의 생명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소방청은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추진을 중단하고, 투명한 검증과 공청회를 통해 응급구조사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인력 운용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현다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