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잠잠하던 소비자물가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나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2.0%대로 내려앉으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유가 폭등이 공업제품과 서비스 요금을 차례로 밀어 올리며 21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올해 초 하락 흐름을 타던 물가 상승률은 중동 전쟁의 여파가 본격화된 3월(2.2%)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한 달 사이 0.4%포인트(p)나 치솟았다.
이번 물가 쇼크의 주범은 단연 석유류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21.9% 뛰며 전체 물가를 0.84%p 끌어올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경유(30.8%)와 휘발유(21.1%)의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유류할증료가 반영된 국제항공료가 15.9% 급등했고, 해외단체여행비(11.5%)와 세탁료(8.9%) 등 유가 민감 품목들이 줄줄이 인상 압박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밥상 물가'는 기후 여건 개선에 힘입어 하락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0.5% 내린 가운데 무(-43.0%), 당근(-42.0%), 양파(-32.0%) 등 채소류 가격이 10%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지며 체감 물가의 추가 폭등을 저지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 또한 2.6%에 그치며 2024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오름폭을 나타냈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효과다.
데이터처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류 가격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석유류가 더 크게 올랐다면 개인서비스와 국제항공료 등의 상승 폭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이되는 만큼, 5월에도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선식품지수가 6.1% 하락하는 등 농산물 가격이 안정 궤도에 진입해 있어, 국제 유가의 추가 변동성이 향후 물가 안정화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