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홈플러스가 잠정 휴업 점포 직원에게 약속한 전환 배치 계획을 철회하며 노사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노조 측은 협력업체 소속 직원, 특수고용노동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생계보장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8일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37개 매장 영업을 오는 7월 3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해당 점포 직원에게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 수당을 지급하고, 희망자에게 한해 타 매장으로 전환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와 같은 발언을 12일 철회했다.
홈플러스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보낸 '하이퍼사업부문 잠정적 축소운영 관련의 건' 공문에서 "현실적으로 현재 휴업을 진행하지 않는 점포들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한 상황으로, 상품 납품이 현저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인력을 수용할 여건이 안 된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따라 37개점 휴업 점포 직원에 대한 타 매장 전환배치는 휴업기간 동안 시행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가 전환배치에 대한 입장을 급격히 선회하자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마트노조는 성명에서 "휴업 대상 점포 소속 직영직원만 약 3천500명에 달하며, 휴업 기간 동안 직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약 70% 수준만 지급될 예정"이라며 "협력업체 직원과 온라인배송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사실상 해고 통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 부문의 선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경영난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입장 전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업 직전까지 전환배치를 약속했다가 번복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기업 신뢰도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휴업 조치 자체도 갑작스러웠는데 이후 전환배치 방침까지 철회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입장 번복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비정규직 노동자 전반에 대한 생계보장 대책을 요구한 노조 주장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다수의 협력업체 소속 직원과 특수고용노동직을 고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화 직원, 배송 기사 등이 이와 같은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원칙적으로 홈플러스가 이들 직원에 대한 생계보장 대책을 마련할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화 직원이나 배송기사 등이 협력업체 소속이거나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돼 있다면 원칙적으로 홈플러스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행법상 임금 지급이나 고용 유지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해당 협력업체에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측 요구처럼 원청이 비정규직 전반의 생계보장 대책까지 동일하게 부담하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는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원청(홈플러스)의 지휘·감독이 강하게 이뤄졌다면 예외적으로 법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노동 분야 전문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과 노동위원회 판단 흐름은 계약서상 형식적인 소속보다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더 중요하게 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협력업체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원청 관리자가 업무를 직접 지시하거나 근태·휴게시간·업무배치 등을 실질적으로 관리했다면 단순 도급 관계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파견근로자보호법에서는 계약 명칭과 관계없이 원청이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한 경우 불법파견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마트 업계처럼 동일 사업장 내에서 원청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혼재돼 일하는 구조에서는 실제 업무 운영 방식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 역시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보다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원청이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될 경우 단체교섭 의무나 부당노동행위 책임 등이 일부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홈플러스의 법적 책임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실제 현장에서 누가 업무를 지시했고, 인력 운영과 평가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미화 직원 등 일부 직군에 대해 한정적인 생계보장 대책이 제시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마트 현장의 경우 직군별로 업무 운영 구조가 서로 달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미화·카트 인력처럼 사실상 매장 운영 체계 안에서 장기간 고정적으로 근무한 직군은 원청의 관리·감독 수준에 따라 일부 책임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배송기사 등 특수고용 형태 인력은 계약 구조와 업무 방식이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경우가 많아 동일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직군별 계약 형태와 실제 업무 지휘 관계를 세부적으로 나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법적 책임 인정 여부와 별개로 대규모 휴업 과정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원청 차원의 지원책 마련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계속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