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성과급 체계를 두고 수 차례 공전을 거듭해온 삼성전자 노사가 끝내 파국을 맞았다. 지난 11일부터 사흘에 거친 정부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사후조정 협상에 나섰지만 교섭은 최종 결렬됐고, 총파업 '시한폭탄'이 임박한 것이다.
이번 노사 갈등은 실적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미래 투자 재원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는 경영계의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빚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만 5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그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은 53조원에 달한다.
특히 '성과급 재원 기준의 명문화' 여부를 두고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동안 노조 측은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상한 폐지와 더불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해 이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보상의 기준 역시 투명하고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측은 반도체 산업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폭이 큰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비춰 회의적인 반응이다. 또한 업황 둔화 시에도 고정비처럼 나가는 성과급은 자칫 미래 투자 재원을 잠식하는 '성장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측은 특별 보상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접점 찾기에 나섰지만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결렬과 함께 노조는 이달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총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문제는 반도체 업종이 경제 성장률과 직결되는 핵심 산업인 만큼, 이번 파업이 개별 기업을 넘어 대외 신인도 하락 등 국가적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지난 2024년과 달리, 올해는 본격적인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점이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적기 공급이 생존을 결정짓는 시장 상황에서 인력 이탈로 인한 공장 가동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과의 신뢰 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달 총파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급 갈등'이 비단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촉발된 이번 논란은 IT·자동차·조선업 등 업계 전반으로 번지며 경영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와 LG유플러스 노조는 각각 영업이익의 13~15%와 3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HD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안을 내걸었다.
이처럼 주요 기업 노조들이 앞다퉈 성과에 부합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다. 다만, 고환율과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현시점에 적절한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해 노사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 역시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 보상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노조의 신뢰를 이끌어낼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보상을 둘러싼 대립이 생산 라인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노사간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