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곡성'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칸영화제 메인 상영관을 충격과 환호로 물들였다. 자신의 장기였던 스릴러의 틀을 깨고 외계인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들고나온 나 감독의 새로운 시도에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호프'는 17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베일을 벗었다.
오후 9시 40분에 시작된 영화는 자정을 넘겨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총 2시간 40분 동안 상영됐다. 다소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중간 이탈 없이 자리를 지켰다. '추격자'(2008), '황해'(2011), '곡성'(2016) 등 전작들을 모두 칸에서 선보였던 나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가 증명된 순간이었다.
영화는 비무장지대 항구마을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출현하며 시작된다.
마을 청년 성기(조인성 분)가 농로에서 발톱 자국이 난 채 처참하게 죽은 소 한 마리를 발견해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에게 신고하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뒤이어 자동차와 리어카가 공중으로 내던져지고 정체 모를 괴성이 울려 퍼지며, 마을 주민들과 외계 생명체 간의 목숨을 건 블록버스터급 사투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번 신작은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 크리쳐물의 정수를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아바타'나 '에일리언', '쥬라기공원'을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의 시각을 자극한다. 특히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모션 캡쳐와 페이셜 캡쳐 기술을 통해 외계인들의 각기 다른 질감과 개성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한국 주연 배우들의 열연 역시 돋보였다.
황정민은 외계인이 등장하기 전 초반 1시간 동안의 팽팽한 추격전을 특유의 연기력으로 이끌었고, 조인성은 말 위에서 총을 겨누거나 달리는 말에서 자동차로 뛰어내리는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다. 순경 성애 역의 정호연이 화면에 첫 등장할 때는 객석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어두운 세계관 속에 녹아든 강렬한 코미디적 요소였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터져 나오는 주민들의 능청스러운 대사와 상황 설정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 속 '아유 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라는 대사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에 대면한 관객들의 감정을 그대로 투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상영이 끝난 뒤 나홍진 감독은 '이렇게 긴 시간 끝까지 자리를 지키시고 관람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메르시(merci·감사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고, 극장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오프닝 크레딧과 극적인 명장면마다 터져 나온 이례적인 중간 박수는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향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