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서울시가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철 공사 현장의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전적인 과실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공공 감리 감독의 한계를 외면한 채 민간 기업에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 17일 "순수한 현대건설 쪽 과실"이라고 발언하면서,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행정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오 시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삼성역 현장의 설계와 감리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오직 시공 단계의 부실만이 원인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시공사의 책임을 명확히 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나, 오 시장의 호언장담과 달리 업계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대형 국책 사업에서 발생하는 부실시공이 단순히 한 기업의 일탈로만 치부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의 핵심이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등이 얽힌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서울시의 직접 감독하에 가장 엄격하고 촘촘한 안전기준과 다중의 감리망이 작동했어야 할 공공 인프라 현장에서마저 가장 기초적인 철근이 누락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반 민간 아파트 건설 현장 부실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공공 관리 시스템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오 시장의 단언은 역설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서울시의 무능을 자인한 꼴과 다름없다. 건설기술진흥법 등 공공 발주처의 감리·감독 책임을 명시한 관련 법령에 따라, 서울시는 시공 과정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하는 감리가 제 역할을 하는지 감독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철근 누락이라는 중대한 안전 위협이 공공의 감리망을 유유히 통과하는 동안 서울시의 감독 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감리 감독 부실에 대한 자성은커녕 민간 기업의 잘못으로만 선을 긋는 것은, 시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지자체가 행정 책임론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긴박한 개통 일정 등으로 시공사가 공기와 비용 압박을 받았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구조적 배경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공이 발주한 대형 프로젝트마저 정해진 예산과 기한에 맞추기 위해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시공사의 일탈'이라는 프레임만 씌우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 당국뿐만 아니라 국회 역시 이 같은 단편적 책임 추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를 불러놓고 호통을 치며 질타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법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입법부마저 민간 기업 대표를 세워놓고 소리를 지르는 보여주기식 질의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호통 정치 역시 결국 근본적인 안전 대책 마련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일회성 면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철저한 원인 분석 없는 단편적 책임 추궁은 결국 또 다른 구조적 부실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이다. 행정 당국이 '순수하게' 책임 공방에 매몰되기보다 시스템 전반의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