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게임업계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단기 흥행 중심에서 '멀티 IP 기반 장기 수익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의 글로벌 매출 지속성과 PC MMORPG 시장의 경쟁 완화가 맞물리면서 시프트업·엔씨·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30일 게임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최근 게임 산업 분석의 핵심 화두는 '지속 가능한 라이브 서비스'와 '멀티 IP 확장성'으로 요약된다. 과거에는 신작 출시 직후의 매출 순위와 초기 흥행 성과가 기업가치 평가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정 게임이 장기간 유저 충성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게임업종의 핵심 경쟁력이 단일 흥행작보다 장기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 IP 구조 확보 여부에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한 게임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게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원신 ▲명조: 워더링 웨이브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명일방주: 엔드필드 등 주요 글로벌 서브컬처 게임들이 견조한 매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캐릭터 수집 요소보다 '스토리 기반 몰입감'이 장기 흥행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캐릭터 간 관계성과 세계관 서사, 지속적인 내러티브 업데이트가 유저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지나친 과금 유도보다 선택적 소비가 가능한 BM(수익모델) 구조가 장기 서비스 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 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서브컬처 장르가 단순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넘어 세계관과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한 장기 팬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토리 몰입감과 유저 친화적 BM이 장기 흥행 지속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의 대표 사례로는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가 꼽힌다. 키움증권은 '니케'의 평균 일매출을 약 16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스토리 중심 구조와 상대적으로 완화된 과금 모델이 핵심 팬덤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차기작 '프로젝트 스피릿'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스피릿은 기존 니케의 서사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장르 확장성과 다양한 BM 요소를 접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출시 초기 분기 일평균 매출이 약 20억원 수준에 달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장기적으로도 니케 이상의 유저 참여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스텔라 블레이드' IP 확장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언급된다. 보고서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누적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차기작 출시 시 멀티 플랫폼 기반 글로벌 흥행 가능성에 주목했다. 니케·프로젝트 스피릿·스텔라 블레이드로 이어지는 '멀티 IP 포트폴리오'가 시프트업의 중장기 경쟁력으로 평가된다는 분석이다.
엔씨 역시 PC MMORPG 시장 재편의 핵심 기업으로 거론된다. 최근 국내 MMORPG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히려 PC MMORPG 공급 경쟁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PC 기반 대형 MMORPG를 기다리는 수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올해 글로벌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온2'가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아이온2가 초기 글로벌 유저 유입 효과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MMORPG 유저들의 피로감을 고려한 밸런스 조정과 글로벌 친화적 운영 전략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국내 MMORPG 공급이 모바일 중심으로 쏠리면서 글로벌 PC MMORPG 시장의 경쟁은 오히려 낮아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온2가 글로벌 시장 내 대기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중심으로 한 IP 확장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보고서는 붉은사막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판매 확대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후속작과 '도깨비', '플랜8' 등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신규 IP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붉은사막이 단순 신작을 넘어 펄어비스의 장기 IP 확장 전략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깨비와 플랜8 등 후속 프로젝트까지 연결될 경우 글로벌 IP 포트폴리오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신작 개발 장기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대형 프로젝트들의 개발 기간이 수년 단위로 길어지고 있으며, 출시 일정 변동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단일 흥행작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다수 IP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구축하는 기업들이 향후 게임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국내 게임산업은 모바일 중심 단기 매출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팬덤과 장기 서비스 역량을 중심으로 한 '멀티 IP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의 가치 평가 기준이 단기 흥행보다 지속 가능한 글로벌 IP 경쟁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IP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