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길을 잃은 어린아이가 거리에 서 있다면 많은 사람은 쉽게 다가가 "괜찮니?"라고 묻는다. 그러나 낯선 성인이 같은 자리에 혼자 서성이고 있다면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는 바쁜 걸음을 옮기고, 누군가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길을 잃은 치매환자라면 어떨까.
치매는 더 이상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1천50만명이며, 추정 치매환자 수는 약 95만명으로 나타났다. 추정 치매유병률은 9.09%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치매는 개인의 질병을 넘어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치매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과는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에 따르면 단순 노인성 건망증은 기억력 저하가 있더라도 다른 지적 능력은 대체로 유지되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치매질환은 기억력뿐 아니라 판단력, 언어능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기억해내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치매가 반드시 노년층에게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6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하는데,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치매환자 약 97만명 중 65세 미만 환자는 약 8만명으로 약 9%를 차지했다. 이는 치매가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님 세대는 물론 더 젊은 세대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치매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치매환자는 보호의 대상이기 이전에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다. 길을 잃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를 단순히 이상한 행동으로만 바라본다면 도움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누군가의 안전을 지키는 작은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중앙치매센터와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파트너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파트너는 치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매환자와 가족을 배려하는 지역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치매파트너 활동은 거창한 봉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길을 잃은 어르신에게 먼저 말을 건네거나, 치매환자와 가족을 편견 없이 대하고,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변과 나누는 작은 관심 역시 중요한 활동이 될 수 있다.
물론 치매 문제를 한 개인의 선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의료적 진단과 치료, 가족 지원, 돌봄 제도,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있어도 주변의 이해가 부족하면 치매환자와 가족은 쉽게 고립될 수 있다. 결국 치매친화사회는 병원이나 기관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시선과 태도 속에서 만들어진다.
청년 세대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청년은 누군가의 자녀이자 미래의 보호자이며, 언젠가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치매를 단순히 노년층의 문제로 미루기보다, 지금부터 질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주변에 관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치매파트너 다짐의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이 문장은 치매를 바라보는 사회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더 나은 사회는 특별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어른에게도 조심스럽게 말을 걸 수 있는 평범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장유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