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공항 환전소의 달러 매수 환율이 1천600원을 넘어서는 등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중동발 유가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대미 통상 불확실성 확대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변수를 지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인 수급 개선에 따라 향후 환율 상승세가 다소 진정될 수 있겠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등에 따라 과거와 같은 1천100원대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인천공항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 지점의 원·달러 환율은 매수 기준 1천6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 장중 최고 1천540.3원까지 올라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1천540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이날 주간 거래에서도 1천540원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이 단순한 달러 강세보다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한 점이 원화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가 상승 시 달러 결제 수요가 확대되는데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져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인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역시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조 단위의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하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
대미 통상 환경 악화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한국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출 둔화 우려가 커졌고, 이는 한국 경제 성장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은 향후 경제 여건을 선반영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관세 이슈가 원화 약세 재료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이를 성장률 둔화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원화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낮추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즉 현재 환율 급등은 중동발 유가 상승을 비롯해 외국 자본 유출, 대미 관세 우려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안정과 외국인 수급 개선이 실현되기 전까지 고환율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아울러 국내 재정정책이 ‘확장’ 기조를 이어가면서 원화 공급이 증가한 점도 환율 상방 압력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시 흐름상 이 같은 지속적인 매도가 앞으로 약화되면서 환율이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환율이 하락해도 1천100원 시대로 회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올 하반기까지 환율은 1천300원대까지 떨어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시장에 풀린 원화량이 상당한 한편, 정부의 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