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의료 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기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쟁점은 의료 기사의 업무 기준을 현행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 수행하도록 바꾸는 개정안이다.
의사 단체는 의료 체계의 혼란을 우려하는 반면, 의료기사 단체는 전문성 인정과 규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인 임재원 교수(부산가톨릭대학교 임상병리학과)를 만나 개정의 당위성을 들어보았다.
◆ "국가 면허 통과한 전문인… 상하관계 뜻하는'지도' 표현 부적절"
임재원 교수는 "현행법에는 '지도'의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고, 오랜 관행과 해석상 의료 기사의 위상을 의사의 종속적 보조자로만 보는 표현으로 작동해 왔다"며 의료 기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며 상하관계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 용어는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제시되어야 합니다. 임상병리사와 같은 의료 기사들은 대학에서 고도의 전문 지식을 배우고 국가면허시험을 통과한 전문인"이라며 "그런데도 병원에서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사의 의무성, 권리성을 없애는 '지도'라는 표현 대신 '처방·의뢰'라는 보다 명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이미 현대 의료 시스템은 문서화된 지시 체계인 '처방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현행범 역시 임상 현장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초고령 사회 '통합 돌봄'의 핵심… "의사가 상주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 '지도'론 재택·방문 검사 어려움"
임 교수는 다가올 초고령 사회의 '통합 돌봄(재택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도'라는 표현은 법에 명확한 정의가 없어도, 지금까지의 해석과 운영을 보면 사실상 의사가 같은 의료기관 내에서 밀접하게 관여하고 상주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며 "그러나 이런 구조로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찾아가는 재택·방문 검사를 충분히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기준이 '처방 또는 의뢰'로 바뀐다면, 의사의 처방 하에 의료기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국민 의료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사단체 측 '원격지도' 및 '책임 모호' 주장에 대해 "모순이자 차별적 시각" 반박
통합 돌봄과 관련해 국회·정부 논의 과정에서 제안된 '원격지도' 방안에 대해 임재원 교수는 "매우 모순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임 교수는"현행 의료법체계 자체가 책임과 한계성 문제 때문에 의사 간 원격의료 또는 원격지도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의사단체도 그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자신들에게는 제한한 제도를 의료 기사 업무에는 허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우려 역시 의료 기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적 시각"이라며 "오히려 '처방과 의뢰'가 문서로 명확히 남는다면, 처방의 문제인지 검사의 문제인지 책임 소재를 훨씬 명확히 가려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AI·통합 의료 데이터 시대인데 법은 과거에… 의기법 개정은 시작점"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이번에 쟁점화된 것이 '지도'라는 부분이지만, 그것 외에도 수정되거나 개선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언급하며 이것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는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에 따라 병상 수·환자 수를 기준으로 정원이 구체적으로 산정되지만, 의료 기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각 진료과목별로 필요한 수의 의료 기사를 둔다'고만 규정되어 있다"며 "이 '필요한 수'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한 수'를 누가 결정하냐"며 "우리는 이미 AI 기반의 통합 의료 데이터를 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법은 수십 년 전 과거에 묶여 있다"고 덧붙였다.
직역 이기주의를 떠나 시대 변화와 수요자 중심에 맞춘 의료 관계법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며 많은 사람의 관심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의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직역 간의 다툼이 아니다. 초고령 사회와 AI 기술 도입이라는 거대한 시대 전환 속에서 보건 의료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묻고 있다. 이번 논란이 낡은 의료법체계 전반을 합리적으로 재설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정부의 정교한 정책적 결단과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윤정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