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해 5월 취업자 수가 1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자동차·고무플라스틱 등 제조업 전반의 고용 한파가 지속됐고, 청년층 일자리 위축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수준으로 악화됐다. 고용률 하락폭은 5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천91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0.1%) 줄었다.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연말 정부 일자리 사업이 종료되는 영향이 겹쳤던 지난해 12월(-5만2천명)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취업자 증감 추이를 보면 1월 10만8천명 증가를 시작으로 2월 23만4천명, 3월 20만6천명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가 4월 7만4천명으로 크게 줄더니 5월에는 결국 감소로 전환됐다.
15~64세 고용률(OECD 비교 기준)은 70.2%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p) 하락했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3%로 0.5%p 내려 2021년 2월(-1.4%p)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계절조정 고용률은 62.5%로 전월 대비 0.2%p 하락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14만명 감소하며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 폭은 전달(-5만5천명)의 2.5배 이상으로 급격히 확대됐으며, 2019년 2월(-15만1천명)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뒷걸음질이다.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자동차, 고무플라스틱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특히 감소했다"며 "최근 수출 증가는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으나 반도체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고용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생산성 향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의 단면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외에도 농림어업(-12만1천명, -8.2%),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8만9천명, -5.9%), 건설업(-4만3천명, -2.2%), 도매 및 소매업(-3만6천명, -1.1%) 등 광범위한 업종에서 고용이 줄었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21만2천명, +6.5%),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4만4천명, +8.0%), 운수 및 창고업(3만6천명, +2.1%) 등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고령화에 따른 돌봄·의료 수요 확대가 보건복지 부문의 일자리 증가를 꾸준히 뒷받침하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이들 분야에서 늘어나는 일자리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돌봄·요양 직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고용 구조 개선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5천명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1년 1월(-31만4천명) 이후 약 5년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전년 동월 대비 2.4%p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20~24세(-4.2%p)와 25~29세(-1.3%p) 모두 고용률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청년층 실업률은 7.2%로 0.6%p 올라 지난 1~5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층 확장실업률도 16.6%로 전년 동월 대비 0.3%p 상승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17만1천명)과 30대(+6만2천명), 50대(+2만5천명)는 취업자가 늘었으나 20대(-25만1천명)와 40대(-4만3천명)에서 감소가 두드러졌다. 청년 고용 부진 이면에는 제조업·전문직 등 청년 선호 업종의 일자리 감소와 함께, 대학 졸업 후 일정 수준 이상 일자리를 기다리며 구직을 미루는 경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업자는 87만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5천명(3.0%) 증가했다. 실업률은 2.9%로 0.1%p 올랐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자 실업자(50만1천명)는 5천명 소폭 감소했지만 여성 실업자(37만7천명)가 3만명(8.6%)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에서 4만3천명(29.4%), 60세 이상에서 1만3천명(8.4%)이 늘었다. 실업률은 30대(+0.6%p)와 20대(+0.4%p)에서 상승 폭이 컸다.
교육 수준별로는 대졸 이상 실업자가 6만명(13.6%) 증가했고 실업률도 3.1%로 0.3%p 올랐다. 반면 고졸 실업자는 3만명(-9.0%), 중졸 이하는 6천명(-6.7%) 각각 감소했다. 이른바 '고학력 실업'이 심화되는 구조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2.8%로 전월과 동일했으며, 계절조정 실업자는 83만3천명으로 전월 대비 1만7천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598만6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만4천명(1.7%) 늘었다. 활동상태별로 보면 가사(12만6천명, +2.2%), 재학·수강(12만4천명, +3.9%), 연로(6만8천명, +2.8%) 등에서 증가한 반면, 육아(-8만8천명, -13.1%)는 큰 폭으로 줄었다. 저출생이 가속화되면서 육아를 이유로 일을 하지 않는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가 수치로도 확인된다.
'그냥 쉬었음' 인구는 243만7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7천명(2.0%)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8만4천명(7.9%)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은퇴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지내는 고령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33만7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천명 감소했다. 취업준비자 역시 61만8천명으로 4만1천명(-6.2%) 줄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가 2천249만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1천500명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상용근로자가 7천명, 임시근로자가 12만1천명 각각 줄었지만 일용근로자는 1만4천명 늘었다. 임시직 감소가 특히 가파른 것은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이 비정규직부터 먼저 줄이는 행태와 맥을 같이한다.
비임금근로자는 662만3천명으로 7만5천명 증가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8만명(5.6%),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2만9천명(0.7%) 늘었지만 무급가족종사자는 3만4천명(-3.8%) 감소했다. 임금 일자리가 줄면서 생계 유지를 위해 1인 자영업에 뛰어드는 인구가 늘어나는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8.5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0.3시간 감소했다. 건설업(-0.6시간), 제조업(-0.4시간), 도소매·숙박음식점업(-0.3시간) 등 주요 업종 모두에서 근로시간이 줄었다.
국제 비교 관점에서도 우리나라 고용 상황의 상대적 부진이 눈에 띈다. 5월 기준 15~64세 고용률(OECD 기준)은 한국이 70.2%인 반면 미국 71.9%, 일본 80.4%(4월 기준)에 비해 낮다. 실업률은 한국 2.9%(청년 7.2%), 미국 4.1%(청년 9.4%), 일본 2.7%(청년 4.0%)로, 청년 실업률 격차가 특히 두드러진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