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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선교인가, 구호인가"…개발도상국 '보건' 지탱하는 종교 NGO의 '두 얼굴'

 

【 청년일보 】 의사가 없는 오지 마을에서, 보건소 하나 없는 오지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가방 속엔 청진기 대신 성경이 들어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성경을 지닌 이들이 오늘도 세계 최빈국의 보건 현장을 지탱하고 있다.

 

한국의 구호·개발 NGO 중 약 38%는 기독교 배경을 가진 단체다. 굿피플, 컴패션,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단체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들은 수십 년간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의 보건·의료 사각지대를 채워왔다. 그런데 이 단체들이 '구호'와 '선교'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의 불씨가 되어왔다.

 

◆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오지 보건을 지탱한다

 

굿피플은 2022년 아프리카 잔지바르(탄자니아 자치 도서 지역)에 보건소를 건립했다. 현지 후세인 알리 므위니 대통령은 "보건소를 통해 키디음니 지역뿐 아니라 잔지바르 사람들 모두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같은 해 굿피플은 에티오피아 티조 지역 보건소 증축 사업도 완료했다. 이 보건소는 하루 100여 명의 환자가 찾는 지역 내 유일한 1차 공공 의료시설이었다.

 

컴패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전문 봉사자를 현지에 파견하는 대신, 해당 지역 현지인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훈련시켜 어린이 양육을 맡긴다. 1952년 한국전쟁 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된 컴패션은 현재 세계 29개국, 240만명 이상의 어린이를 지원하고 있다. 영적·경제적·사회정서적·신체적 빈곤 모두를 다루는 '전인적 양육'이 핵심 개념이다.

 

월드비전은 보건 사업에서 지역 종교 지도자와의 협력을 강조한다. 아프가니스탄처럼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서 성 전염 질환 예방 사업을 진행할 때 현지 종교 지도자들과 워크숍을 열고 예방 교육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역사회의 신뢰 구조에 기대는 것이다.

 

◆ 현장 활동가의 목소리

 

2년간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보건 교육 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A씨(30대·신학대학원 졸업)는 "처음 현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병원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거였어요"며 "저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었지만, 손 씻는 법, 정수된 물 마시는 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이질 발생률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일한 단체가 기독교 배경을 가진 NGO였음을 밝히며 "현지 주민들에게 전도를 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왜 여기 왔냐고 물으면 '사랑 때문에'라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게 선교냐 구호냐는 구분이 제게는 별로 의미가 없었어요. 아이가 살아남는 게 중요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케냐 오지에서 산모 보건 프로젝트를 이끈 의료봉사 단체 '프리메드'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 단체는 해외봉사 중 직접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대신 건강교육을 통한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도상국 산모 사망 원인의 70%가 과다출혈과 감염이라는 점에 주목해, 저렴한 모성건강 키트를 보급하고 현지인을 직접 교육했다.

 

◆ 선교인가, 구호인가…윤리적 딜레마

 

현재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 질문은 단순한 학술적 논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종교 NGO의 보건 활동이 '선교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이후 이 논쟁은 사회적 공론화 단계에 이르렀다

 

'구호는 수단이고 목적은 개종'이라고 발언한 일부 단체의 사례나, 이슬람 사원 앞에서 찬송가를 부른 사례는 종교 NGO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않을 것'을 지원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독교 NGO는 정관에서 '선교' 관련 내용을 삭제했고, 결과적으로 기독교 NGO와 일반 NGO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러나 실제 운영진과 후원 구조를 들여다보면, 상당수 단체의 근간이 교회와 신앙 공동체임은 분명하다.

 

월드비전은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인정한다. 적십자 행동강령(Code of Conduct)에 따라 "정치적 입장의 변화나 종교적 개종을 목적으로 구호·개발 지원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면서도, 기독교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그 결과 기독교 내부에서는 "복음 전파 없이 어떻게 기독교 단체라 할 수 있냐"는 비판을, 외부에서는 "종교 활동이 구호로 위장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동시에 받는다.

 

한 연구자는 이 딜레마를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종교 NGO의 보건·구호 활동은 하나님 나라의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며,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채우는 것이 그 자체로 신앙의 실천이라는 논리다.

 

◆ 엇갈리는 시각…경계는 어디에 그어야 하는가

 

이 논쟁에 대한 시각은 입장에 따라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교냐 구호냐'라는 이분법 자체가 현장의 복잡성을 단순화한다고 지적한다.

 

케냐 현지에서 모성건장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수혜 여성은 인터뷰에서 "어디서 왔든,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는 종교 NGO와의 협력을 평가할 때 구호 활동의 비건조성(non-conditionality)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지원이 종교적 참여나 개종을 전제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제 NGO 행동강령은 구호를 강제 개종의 수단으로 삼거나 취약 계층의 절박함을 종교적 설득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을 명백한 윤리 위반으로 규정한다. 유엔 인도주의없무조정국(OCHA) 역시 종교적 배경을 가진 당체가 구호 현장에서 활동할 때 수혜자의 자발적 동의와 정보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지 주민 입장에서는 지원의 동기보다 지원의 지속성과 질이 더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온다는 현장 연구도 있다. 인앙적 동기에서 출발한 헌신이 수천 명의 아이를 살려낸 것도 사실이지만, 그 헌신이 윤리적 기준 위에 서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일이 함께 요구된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오지의 보건을 지탱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청진기 대신 믿음이 쥐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 믿음이 강요가 아닌 섬김으로 발현될 때, 종교 NGO의 보건 활동은 '두 얼굴'이 아닌 '하나의 얼굴'이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종교 기반 NGO의 활동을 단순히 의심하거나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함께 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정경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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