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1 (토)

  • 구름많음동두천 30.6℃
  • 구름많음강릉 34.7℃
  • 구름많음서울 32.2℃
  • 구름많음대전 34.5℃
  • 구름많음대구 36.2℃
  • 맑음울산 29.9℃
  • 맑음광주 33.4℃
  • 맑음부산 31.7℃
  • 맑음고창 33.7℃
  • 맑음제주 32.8℃
  • 구름많음강화 29.7℃
  • 구름많음보은 31.6℃
  • 구름많음금산 33.1℃
  • 맑음강진군 32.7℃
  • 구름많음경주시 34.7℃
  • 맑음거제 33.1℃
기상청 제공

[청년발언대] 약 대신 '동네 합창단' 처방…청년 고독사 막을 '사회적 처방' 도입 시급

 

【 청년일보 】 요즘 청년들은 참 외롭다. 스마트폰 하나면 전 세계와 24시간 연결되는 시대라지만, 정작 마음 터놓고 기댈 곳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드는 1인 가구의 팍팍한 삶 속에서, 청년들의 고립은 소리 없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청년 고독사'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발생한 전국 고독사 사망자 3천924명 중 30대 이하 청년층은 218명(5.5%)에 달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질병으로 돌아가시는 노년층의 고독사와 달리, 2030 청년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은 '자살'이라는 점이다.

 

2024년 연령대별 고독사 사망자 중 자살 비중은 20대 이하가 57.4%, 30대가 43.3%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치열한 경쟁과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이 지독한 고립감 속에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대응은 청년들이 체감하기엔 턱없이 둔감하다. 정부는 2025년부터 청년층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조기정신증 선별 검사를 추가하며 첫 진료비를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한 2024년 7월부터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통해 심리상담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우울증과 고립감은 단순히 병원에서 진단을 받거나 제한적인 심리 상담을 받는다고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와 소속감을 갈망하는 청년들의 복잡한 심리를 담아내기엔 현재의 의료·상담 중심 지원 체계는 여전히 1차원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청년들을 캄캄한 방 안에서 세상 밖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필자는 영국의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 제도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사회적 처방의 원리는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이다. 우울증이나 고립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전문가가 단순히 약물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다. '링크워커(Link Worker)'라 불리는 전담 인력이 환자와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하여 개인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지역사회에 있는 미술 수업, 합창단, 걷기 모임 등 맞춤형 비의료적 활동을 '처방'하여 연결해 준다.

 

효과는 놀라웠다. 차가운 진료실 대신 따뜻한 지역 공동체의 품에 안긴 사람들은 소속감과 자존감을 되찾았다. 실제로 영국의 헐(Hull) 지역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헤드스타트(HeadStart) 시범사업에 따르면, 서비스를 이용한 청년의 97%가 겪고 있던 문제 증상이 개선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외로움과 불안이라는 근본 원인을 '지역사회 관계망'으로 돌보게 되면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서비스(CAMHS)의 대기 시간이 12개월 이상에서 6주로 대폭 감소하는 등 보건의료 시스템의 부담까지 줄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청년 고독사는 결코 청년 개인의 나약함 탓이 아니다. 이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단절의 결과물이다. 언제까지 청년들을 좁은 방 안에 홀로 내버려 둘 것인가. 우리나라도 이제는 단순한 의료 진료나 상담 비용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통합적 접근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들이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동네 커뮤니티 자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보건의료 시스템과 지역사회를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한국형 '링크워커'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심리 치료와 함께 지역사회 돌봄 자원이 결합된 '통합적 사회적 처방 시스템'만이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을 살릴 수 있다. '약 대신 동네 합창단을 처방하는 사회', 그것이 진정으로 청년의 마음을 살리는 '더 나은 사회'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정주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