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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청년의 통증,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

아픔을 사회의 언어로 읽어나가다

 

【 청년일보 】 강의실과 카페, 혹은 자취방과 사무실을 오가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청년들에게 통증은 이제 낯선 경험이 아니다. 전자기기 사용으로 인해 거북목, 손목통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좌식생활로 인한 요통 환자도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21년 신규 척추질환 환자 118만명 중 약 40%가 2030이며, 척추질환 평균 진단 연령은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오늘날의 청년들은 자주, 더 길게 아픈 걸까? 청년들의 통증을 단순히 잘못된 자세나 운동 부족의 결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통증이 몸에서만 만들어지는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의학계는 통증을 신체와 심리, 사회적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물심리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통증과 스트레스는 별개의 현상이면서도 뇌에서 상당 부분 같은 회로를 사용한다. 해마와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등 뇌의 변연계는 통증과 스트레스 신호를 현재의 몸 상태와 과거의 경험, 감정과 통합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한다. 몸의 통증은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성 통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공통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두 질환 모두 뇌가 부정적인 경험을 충분히 소멸시키지 못하는 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 몸은 위협이 지나가면 긴장을 풀고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통증이나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뇌는 위험 신호를 계속 학습하게 되고, 몸은 회복보다 경계 상태에 머무는 데 익숙해진다. 결국 통증은 몸 전체의 경계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를 의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연구에서는 이를 '항상성 과부하'라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적응하고 버텨야 하는 환경 속에서 몸과 뇌가 서서히 소진되는 현상이다. 취업 경쟁과 불안정한 미래, 경제적 부담, 관계의 단절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은 이 같은 만성적인 긴장 상태에 노출되기 쉽다. 몸은 계속해서 적응하려 애쓰지만, 회복할 시간을 얻지 못한 채 통증은 더욱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통증은 개인의 몸을 넘어 관계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139개국 25만여명을 분석한 결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적 통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약 2.1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관계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사회적 지지와 인구학적 특성(14%), 건강 문제(18.9%), 그리고 스트레스·걱정·슬픔·분노와 같은 심리적 고통(60.2%)을 제시했다. 이는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부담이 통증 경험을 증폭시키고 만성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픔을 기댈 공동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겪는 통증은 신체적 이상 신호를 넘어, 오랫동안 누적된 긴장과 사회적 고립이 몸에 남긴 흔적일지도 모른다.

 

2023년 제5차 헤일리온 통증 지수(HPI)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통증에 민감해졌고, Z세대(1997~2011년생)는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에 비해 타인이 자신의 고통을 믿지 않거나 차별하는 등의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처럼 오늘날 청년들은 통증 자체뿐 아니라 자신의 아픔을 설명하고 이해받아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만성통증일수록 '젊은데 왜 아프냐', '운동하면 나아질 거야'라는 말로 쉽게 축소되곤 한다. 아픔을 설명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통증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킨다. 하지만 통증은 개인의 관리 부족으로 환원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영국 시티 세인트조지스 런던대학교(City St George's, University of London)의 루시아 마키아(Lucía Macchia)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통증이 경제적·사회적 조건과 깊이 얽혀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국가 차원의 웰빙 지표에 포함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통증을 치료실에서 다루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과 공동체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아직 통증을 독립적인 건강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의 만성통증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공식적인 유병률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성통증 역시 여전히 특정 질환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증상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김경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이 '서리풀 연구通'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한국의 비급여 진료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도수치료였다. 근골격계 통증 감소와 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약 21.9%(2천419억원)를 차지했다. 한국 사회에서 만성통증 관리 수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관련 지출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는 치료 오남용을 막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는 7월 1일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항목으로 지정했다. 앞으로는 부위와 관계없이 하루 1회, 연간 최대 15회(주 2회 이내)를 원칙으로 적용하며, 예외적으로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간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제도의 취지는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지만, 오랜 기간 도수치료를 통해 통증을 관리해 온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불편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개인은 약물치료와 도수치료, 추나, 신경차단술, 프롤로테라피, 스네피(SNEPI)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방법만 바꾸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통증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겨두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통증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나 '관리해야 하는 몸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통증은 한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관계, 노동과 불안, 그리고 사회가 남긴 흔적이 몸을 통해 드러나는 경험이기도 하다.

 

국가 차원의 만성통증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통증을 분명한 공중보건 의제로 다루며, 누구나 자신의 아픔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테면 대학과 직장 등 젊은 층의 생활공간에서 통증 관리 교육과 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신체 치료와 정신건강 지원을 연계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청년을 위한 더 나은 사회는 아픔을 없애는 사회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픔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 사회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통증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아프다고 말하는 순간 나약함이나 게으름으로 평가받지 않는 사회. 우리의 아픔에 담긴 각자의 서사를 함께 읽어내는 것, 그것이 청년의 통증을 제대로 마주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 청청년서포터즈 9기 이정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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