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고교 야구 그라운드에서 울려 퍼진 부적절한 언사가 체육계의 중징계를 거쳐 결국 진영 논리가 투영된 거대한 사법 공방으로 비화했다.
과거의 역사적 비극을 빗댄 조롱성 구호에 대해 야구협회가 무관용 원칙의 철퇴를 가하자 보수 진영 시민단체들이 이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연쇄 고발전에 돌입한 것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수뇌부와 스포츠공정위원회 인사들을 강요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제출한다.
이번 사법 최전선의 도화선이 된 것은 협회가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에 내린 6개월 전국대회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이다.
고발단체들은 문제가 된 구호가 법적 미성년자들의 행위인 데다 악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번 징계가 대입과 프로 진출이라는 중대한 분수령에 선 고등학교 3학년 주전 선수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처사라는 논리를 폈다.
과거 국민의힘 인사로 활동했던 김혜지 전 서울시의원 역시 협회의 조치가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진영 대결 양상도 뚜렷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일 개최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협회의 징계 수위를 두고 "과도하고 폭력적"이라며 공식적으로 포화를 퍼부었다.
배재고 교정 앞에는 징계 처분을 규탄하는 화환과 강경 보수 단체들의 응원 화환이 동시에 줄을 잇는 등 사회적 갈등의 축소판으로 변모했다.
사태의 본질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치러진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와 광주제일고등학교의 경기 도중 발생했다.
당시 배재고 일부 학생들이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시키는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사태의 파장이 정치와 이념 대결로 왜곡되는 가운데, 정작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광주일고 측은 가해 학생들의 파멸보다는 교육적 해법을 제시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광주 서중·일고 총동창회는 2일 성명을 통해 협회의 엄정한 인식은 환영하면서도 "우리의 목적은 학생의 나락이 아닌 교육과 정의의 회복"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고 교직원과 야구부 학부모 등은 과오를 인정하고 1일 서울시교육청을 경유해 광주일고를 직접 방문해 사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광주일고 측은 학생들의 시험 일정과 심리적 안정을 고려해 당일 방문은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며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