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사회적 공분을 산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의 경찰 수사가 담당 수사관들의 비위와 내부 결탁 의혹을 파헤치는 사법 처리 국면으로 급반전됐다.
범죄 피의자를 단죄해야 할 사법 당국이 도리어 핵심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단순한 부실 수사 논란을 넘어 경찰 조직 전반의 신뢰도를 뒤흔드는 대형 게이트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광주경찰청은 장윤기 사건의 초동 조사를 지휘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6일 긴급체포하고 공식 수사체제로 전환했다.
A 경감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5월 5일 피의자 장윤기의 자취방과 범행에 동원된 SUV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주요 증거물 일부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누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수사팀은 범행의 결정적 도구인 차량과 현장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 등 핵심 증거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이나 실물 보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의자 가족에게 조기 인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사소송법상 증거 확보 절차를 정면으로 위반한 대목이다.
이번 사건이 수사 감찰에서 형사 처벌을 전제로 한 정식 수사로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피의자 장윤기의 가족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중간 간부급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초동 수사 단계부터 조직적인 비호나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내부 유착을 규명하기 위해 광주경찰청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삼고 총 22명의 베테랑 수사관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전격 편성했다.
이들은 장윤기의 아버지가 지위를 이용해 사건 담당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적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을 파헤쳐야 할 광주경찰청 역시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장윤기 사건의 총괄 지휘 책임이 있는 광주경찰청 자체가 상급 기관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고강도 '수사 감찰'을 받는 피감 기관이기 때문이다.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일부터 장윤기 사건의 실무를 맡았던 광주 광산경찰서, 피의자 아버지가 근무 중인 광주 서부경찰서와 함께 광주경찰청 지휘부의 상면 보고 및 결재 라인 전체를 정밀 들여다보고 있다.
상급 기관의 칼날이 내부 지휘 계통을 겨눈 상황에서 광주경찰청이 자체 전담팀을 통해 '제 식구 감싸기'식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연루된 인물 전체를 대상으로 예외 없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한 점의 구석도 남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