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청년층 일자리 21만1천개가 사라졌고, 구인배수는 0.36으로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숫자를 접할 때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AI가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불안이 커진다. 그러나 산업공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조금 다른 결론에 다다랐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공정' 자체가 재설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공학은 사람과 기계, 정보가 얽힌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학문이다. 통계적 공정관리(SPC)나 최적화 기법을 배우며 깨달은 것은, 좋은 의사결정은 결국 좋은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불량률을 줄이고 물류 동선을 줄이는 일 모두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원리는 공장 밖에서도 통한다. 기업의 채용, 정부의 정책, 개인의 진로 선택도 점점 더 데이터에 근거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 리터러시'를 핵심 역량으로 요구한다. 데이터 리터러시란 데이터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해석하고 신뢰성을 판단하며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능력이다. HR 업계는 데이터 기반으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전략적 데이터 리터러시'를 인재 채용 기준으로 삼고, 여러 기술 기업은 분석 결과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인재를 찾는다. 데이터 분석은 더 이상 개발자나 통계학자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직무에 요구되는 기본 소양이 됐다.
문제는 이 역량이 자연스럽게 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숫자 이면의 맥락을 의심하는 습관, 출처가 불분명한 통계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비판적 시각, 통계 도구로 직접 데이터를 다뤄보는 경험은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산업공학 수업에서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며 "숫자가 같아도 해석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여러 번 체감했다. 같은 불량률 데이터도 원인을 어디서 찾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결책이 나온다. 이런 경험은 공학도만의 것이 아니다.
청년 고용 시장이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읽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AI가 처리하는 일은 늘어나겠지만, 그 결과를 검증하고 맥락을 부여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그 몫을 감당할 능력이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다.
대학과 사회가 청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지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고 의심하고 활용해보는 실질적인 훈련의 기회다. 청년 스스로도 전공과 무관하게 데이터를 읽는 연습을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무기는, 결국 숫자 너머의 의미를 읽어내는 힘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허진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