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보이지 않는 증거를 밝히는 과학의 눈

 

【 청년일보 】 최근 대학가에서는 임상병리학과 분자생물학을 접목해 범죄를 해결하려는 '과학수사' 융합 학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 속 화려한 현장 수사 뒤에는 범죄자가 남긴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기 위해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고요한 사투가 존재한다. 돋보기로도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 한 올이나 작은 타액 속 흔적들이 어떻게 법정에서 범인을 지목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그 답은 물체가 부딪칠 때 일어나는 접촉의 법칙과 그 틈을 놓치지 않는 정밀한 유전자 복사 기술에 있다.

 

◆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미세 증거물의 세계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과 신체는 서로 부딪히고 접촉할 때마다 흔적을 주고받는다. 프랑스의 법의학자 에드몽 로카르가 주장한 '로카르의 교환 법칙'에 따르면, 범죄자는 어떤 장소에 발을 들이거나 떠날 때 반드시 흔적을 남기고 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범죄자의 행위 역시 현장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새긴다.

문제는 현대 범죄에서 지문이나 흉기 같은 증거는 점점 사라지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미세증거물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옷깃만 스쳐도 떨어지는 미세한 피부 세포, 옷감의 섬유 조각들이 실험실의 정밀 분석 장비로 분석된다. 만약 현장에 남겨진 흔적이 극소량이라 하더라도 이를 완벽하게 검출해 낸다면, 보이지 않던 범인의 실루엣이 점차 눈에 보이게 된다.

이때 가장 강력한 단서가 되는 것이 DNA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DNA 역시 저마다 고유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타액이나 땀방울 속에 숨어 있어 범죄자가 완벽하게 인멸하기 어렵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장에 남겨두고 간 치명적인 증거가 채취 과정을 통해 과학수사대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 0.001%의 흔적을 수백만 배로, 'PCR(유전자 복사기)'

 

'이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적은 양의 흔적으로 어떻게 사람을 구분하고 범인을 잡아내지?'라는 의문을 품는 청년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PCR(중합효소 연쇄반응)이라는 유전학적 개념이 숨어 있다. PCR이란 범죄 현장에서 찾아낸 아주 미미한 양의 DNA를 검사 장비를 통해 확실하게 분석할 수 있을 때까지 단시간에 수백만 배로 늘려주는 유전자 복사기를 의미한다.

수사 요청을 받게 되면 법적 증거의 안전성을 위해 정밀한 분자생물학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DNA 양이 너무 적어 검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정적인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양이 부족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공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PCR 기술을 통해 단 한 방울의 혈흔이나 세포를 수백만 배로 증폭하는 과정을 거친다. 복사된 DNA를 정밀 분석하여 사람마다 다른 고유한 그래프 패턴을 읽어낸다. 이는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고, 사회의 정의와 법적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 화려함 뒤에 숨겨진 '실험실의 책임감'

 

그렇다고 해서 과학수사가 첨단 장비와 기술에만 의존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장비를 다루는 분석가의 정확성과 책임감이다.

 

첫째, 실험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외부 요인에 의해 샘플이 섞이는 실험실 오염을 차단해야 한다. 연구원의 옷에서 떨어진 작은 먼지 하나로도 데이터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피펫팅(액체를 옮기는 작업) 한 번의 사소한 실수가 진범을 놓치거나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 수 있기에 철저한 소독과 매뉴얼 준수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셋째, 직업 윤리 의식도 중요하다. 실험실 안에서 다루는 데이터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인생과 사회적 정의를 결정하므로, 진실을 쫓는 묵직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미세 증거물 분석은 사회를 지키는 멋진 수단이다. 하지만 그 멋짐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책임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바늘 끝처럼 가느다란 미세 증거물 속에 숨겨진 과학적 사실을 알고, 완벽한 분석을 위한 기다림까지 실천할 때 과학도들의 전공과 개성은 더욱 아름답게 완성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장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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