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학병원 실습 현장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일반 병동 간호사들과 달리 수술실이나 처치실을 오가며 복잡한 처치를 수행하고 의사의 진료를 지원하는 이들이다. 병원에서는 이들을 진료지원간호사, 흔히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라고 부른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인력 부족이 장기화된 한국 의료 현실에서, 이들은 의료 공백을 메우고 병원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실습생의 눈에 비친 이들의 전문적인 모습 뒤에는 늘 제도적 공백으로 인한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수행하던 업무 중 상당수는 법적 보호막이 없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장의 필요에 따라 수행하면서도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간호사 개인이 법적 위험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의료 현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의미 있는 제도적 변화가 마련되었다. 지난해 시행된 간호법에 이어, 올해 7월 정부가 이들의 자격 요건과 43가지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세부 규칙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43가지 진료지원 업무 목록을 보면, 그동안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전문적이고 난이도 높은 역할을 분담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임상에서 흔히 시행되는 비위관(L-Tube, NG-Tube) 삽입 및 교체, 기관절개관(T-Tube) 제거, 각종 의료용 관(Tube, Catheter)의 세척과 교체는 물론이고, 고도의 주의가 요구되는 중심정맥관(C-line, PICC) 조영제 투여와 동맥혈 천자도 포함되었다.
나아가 분만 과정 중 내진, 골수천자 및 복수천자 지원, 수술실에서의 침습적 수술 지원 등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고난도 처치들이 법제화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제도적 기준 없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행위들에 명확한 한계와 자격 요건이 부여된 셈이다.
이처럼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업무들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의료 현장에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새로운 규칙에 따라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가진 간호사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거쳐 일할 수 있게 된 만큼, 환자에게는 더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간호사들은 법적 불안감 없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다만, 이 제도가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법제화를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 맞는 꼼꼼한 실무 교육과 의료 사고 시 간호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책임 대책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단순히 의료 인력 부족을 메우는 임시방편을 넘어, 의료진 모두가 안심하고 일하며 환자의 안전을 함께 지켜나가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장유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