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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짜 실력 vs 시장 효과"...은행보다 많이 번 증권사들 '움찔'

 

【 청년일보 】 은행보다 돈을 잘 버는 증권사가 등장했다.


한때 금융권 실적의 중심은 단연 은행이었다. 막대한 예금과 대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이자이익을 쌓는 은행이 금융그룹의 실적을 책임졌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성적표는 달랐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9천5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 1조3천14억원을 넘어섰고,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순익 1위인 KB금융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9천4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일부 시중은행을 앞질렀다.


숫자만 놓고 보면 ‘증권사의 시대’가 열린 듯하다.


실제 증권사의 수익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주식 매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데만 의존하지 않는다.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트레이딩, 해외사업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면서 시장이 좋을 때 이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5대 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에서도 은행의 이자이익에 더해 증권 계열사의 비이자이익이 존재감을 키웠다.


다만 이번 실적을 증권사의 체질 개선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실적에는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 약 1조6242억원이 반영됐다. 여기에 증시 활황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었다. 시장이 뜨거웠던 것이 기록적인 실적에 상당한 힘을 보탠 셈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시장이 식어도 이만큼 벌 수 있을까. 증시가 조정을 받고 거래대금이 감소하면 브로커리지 수익은 줄어든다. 투자자들의 위험선호가 약해지면 트레이딩과 IB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산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이익 역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실적에서 봐야 할 것은 ‘증권사가 은행보다 많이 벌었다’는 자극적인 숫자만이 아니다. 기록적인 순익 가운데 시장 호황에 따른 수익과 증권사 자체의 경쟁력으로 만들어낸 수익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은행의 이익이 금리와 대출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기반 위에 있다면, 증권사의 이익은 시장의 온도에 훨씬 민감하다. 증시가 활황일 때는 은행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갈 수 있지만, 반대로 시장이 얼어붙으면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3분기 성적표가 중요하다. 거래대금이 줄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이 높은 이익을 유지한다면 이번 호황은 단순한 ‘증시 효과’를 넘어선 체질 개선으로 평가할 수 있다. WM·IB·트레이딩·해외사업 등으로 다변화한 수익 구조가 실제로 시장의 부침을 견디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적이 빠르게 둔화한다면 이번 기록적인 순익은 뜨거웠던 증시와 일부 평가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만들어낸 ‘축제의 숫자’였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증권사가 은행을 넘어선 것은 분명 금융권의 변화다. 하지만 진짜 변화인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사상 최대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식은 뒤에도 돈을 벌 수 있는가다. 증권사의 진짜 경쟁력은 시장이 좋을 때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나쁠 때도 얼마나 버티며 돈을 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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