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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천200만 환호 품은 44년 '야구 성지'…잠실야구장, 그 마지막 직관을 약속하며

 

【 청년일보 】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이 2026 프로야구 정규시즌 잔여 경기 일정을 발표한 25일 오후, 야구팬 다수의 시선은 마침내 그어진 마지막 장의 대진표로 집결했다.

 

올해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서울 잠실야구장의 정규리그 최종전이 오는 10월 7일 '한지붕 두 가족'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맞대결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1982년 서울을 연고로 프로야구의 돛을 올렸던 LG의 전신 MBC 청룡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잠실야구장의 작별 무대를 두 숙적의 라이벌전으로 장식하는 것은 한국 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수미상응(首尾相應)이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의 태동을 떠올릴 때 동대문야구장을 빼놓을 수 없다.

 

1982년 첫 개막전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던 동대문야구장은 이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라는 대형 건축물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흑백TV와 라디오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하던 국민학교(現 초등학교) 재학 시절, 집 근처 동대문야구장을 드나들며 야구의 재미에 눈을 떴던 필자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삶의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덕분에 웅장한 DDP 골조 앞을 지날 때마다 까까머리 시절의 추억과 아쉬움에 만감이 교차하곤 한다.

 

동대문야구장의 역사적 유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억이 있기에, 그 유구한 야구라는 헤리티지를 오롯이 이어받아 한국 야구의 중심을 지켜준 잠실야구장의 존재는 더욱 참 다행스럽고 고맙게 다가온다.

 

올해로 프로야구는 어느덧 출범 44년을 맞았다.

 

지난 2025년 9월 27일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관중 1천2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큰 이변이 없다면 조만간 '3년 연속 관중 1천만 명 달성'이라는 위대한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셈이다.

 

동대문에서 시작된 야구의 열기가 차곡차곡 쌓여 그 거대한 함성의 울림통이 되어준 주역이 바로 잠실야구장이다.

 

잠실야구장은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한국 야구의 거대한 역사 박물관이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터진 한대화의 극적인 역전 3점 홈런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환희, 그리고 수많은 한국시리즈 승패의 눈물과 환호까지 한국 스포츠사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견뎌낸 성지였다.

 

비좁은 통로와 낡은 관중석이라는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퇴근길 직장인과 손을 잡고 찾은 가족들이 붉은 노을 아래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삶의 위로와 희열을 얻었던 청춘의 메카이기도 했다.

 

이제 이 노후한 거인은 44년의 소임을 다하고 첨단 돔구장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자리를 내어주려 한다.

 

동대문야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 잠실야구장 역시 철거의 길을 걷지만, 그 마운드와 투수판 위에 새겨진 수만 번의 투구, 홈베이스를 밟던 흙먼지 속에는 팬들이 바친 가장 찬란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렇기에 잠실야구장의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 필자 역시 반드시 현장을 찾아 직관의 뜨거운 희열을 온몸으로 느껴볼 생각이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함성 속에서 목청껏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청춘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간 이 특별한 공간에 나만의 마지막 추억 한 조각을 아낌없이 새겨두려 한다.

 

그 작별의 날, 마운드 위에서 던져질 '마지막 한 구'는 단순한 승패의 구분이 아니다.

 

그것은 동대문에서 시작되어 잠실야구장으로 이어진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울타리 안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야구팬과 우리 모두의 청춘을 향한 가장 정중하고 뜨거운 안녕일 것이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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