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소통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상시 분쟁의 제도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나명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와 가맹본부의 협의의무제를 이같이 평가했다. 점주의 협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세부 기준으로는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오는 12월 31일 시행되는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라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전체 가맹점주의 10% 이상 또는 1천명 이상이 가입한 단체는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다. 가입자는 최소 30명 이상이어야 한다.
등록단체는 가맹계약서 기재사항과 광고·판촉행사 등에 관해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4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하고 회의록을 작성한 뒤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에는 정보와 권한의 차이가 존재한다. 개별 점주가 본부를 상대로 거래조건 개선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고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도 취지를 부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전체 점주의 10%가 참여한 단체에 브랜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식 협의 요청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가다.
공정위는 가입률이 30% 미만이면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의견을 듣는 것과 동의를 얻는 것은 다르다. 나머지 90%의 의사와 무관하게 구성된 단체가 가맹금과 영업지역, 계약 갱신, 필수품목, 광고·판촉 등 주요 사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대표성 논란은 남는다.
지역과 상권, 매장 형태에 따라 점주들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한 브랜드에 복수의 단체가 등록돼 서로 다른 요구를 제기하면 가맹본부는 어느 단체의 의견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본부와 점주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점주단체 간 갈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협의 범위가 넓다는 점도 문제다. 가맹계약서에는 가맹금과 영업지역뿐 아니라 필수품목의 공급·가격 등 브랜드 운영의 핵심 내용이 담긴다. 광고·판촉 역시 소비 흐름과 경쟁사의 움직임에 맞춰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협의가 곧 점주단체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복수의 단체가 각각 협의를 요청하면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재료 가격과 환율이 급변하거나 신제품 출시와 판촉을 적기에 추진해야 할 때는 경영의 자율성과 유연성도 필요하다.
재협의 제한기간도 충분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동일 안건은 협의 종료 후 180일, 다른 안건은 60일이 지나면 다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복수의 단체가 여러 안건을 순차적으로 제기한다면 본부가 연중 협의에 대응해야 할 수 있다.
대형 가맹본부는 법무·협상 인력을 두고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영세 본부에는 추가 인력과 비용이 부담이다. 정작 가맹점이 30개 미만인 소규모 브랜드는 점주단체 등록이 어려운 반면, 이미 자체 협의체를 운영하는 대형 브랜드에는 새로운 절차만 추가될 수 있다는 점도 모순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등록 기준을 전체 가맹점의 35% 이상 또는 50% 수준으로 높이고, 브랜드 통일성과 경영권에 해당하는 사항은 협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일 안건의 재협의 제한기간도 최소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등록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점주단체 구성이 어려워지고, 가맹본부가 경영권을 이유로 점주의 정당한 요구를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점주 보호라는 명분만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공정위는 단체의 대표성을 확보하면서 협의 대상과 절차, 긴급한 경영상 예외, 외부 참여자의 책임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
대표성이 부족한 단체의 난립과 반복적인 협의 요청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하면 그 영향은 결국 가맹점주의 매출 감소와 비용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시행 이후 분쟁을 수습하기보다 시행 전에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가맹본부와 점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협의 기준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